구분 | 상세 |
저자 | 김난도 외 10인 |
출판사 | 미래의창 |
출간일 | 2023/10/12(목) |
후기 | ★★★★★ (3/5) |
들어가며
🔗2021판, 🔗2022판 🔗2023판에 이은 2024판 서평.
매해 그랬던 것처럼 다소 억지스러운 용어 만들기에 여념 없는 모습은 아쉬웠다. 그러나 내가 미처 관심을 쏟지 못한 분야, 서비스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건 언제나 새롭다.
개인적으로 재작년과 작년에 걸쳐 가장 흥미로웠던 소재는 AI, 그 중에서도 생성형 AI였다. 과거 많은 이가 예술이야 말로 인간만의 성역이라 주장했다. 또 AI가 육체 노동자를 대체할지 언정 화가, 음악가 역할을 할 순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 예측과 반대로 AI는 기막힌 작품을 내놓기에 이른다. 반복되는 패턴을 학습하고 다시 조합하는 건 AI의 특기이기 때문이다.
왜 많은 이가 믿어 마지않던 가정이 보기 좋게 빗나간 걸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대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A는 으레 B일 것이다."라고 막연히 가정하는 데 원인이 있다고 보았다.
물론 이런 직관은 개인의 경험(즉,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데이터)이라는 근거를 바탕으로 한 판단이므로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직관에만 의존한다면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의 사례처럼 큰 코 다치기 십상이므로 언제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에 관심을 갖고 가능한 그 기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트렌드 코리아>는 매해의 끝, 시작을 함께하기 좋은 책이 아닐까.
총평
2023년 이모저모를 꼼꼼하게 돌아보았으나, 2024 예측은 글쎄?
2021~2022 예측은 다소 황당했고 2023 예측은 꽤나 설득력 있었으나, 2024 예측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새롭게 등장한(할) 현상과 관련 서비스를 조명하기보다, 최소 1개월~3년 이상 지속되어온 메이저 트렌드를 되짚어주는 데 더욱 치중한 듯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저자가 미래를 점치며 예로 든 이색 서비스 중 하나인 넷플릭스의 '재생 속도 조절 기능'은 2020년 하반기부터 제공되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소비되고 있다 소개한 '회빙환' 웹소설, 웹툰 또한 2019년 이전부터 유행하고 있었다. 가사 분담에 적극적인 '요즘남편 없던아빠'가 매력적인 남성상으로 꼽힌 건 거짓말 조금 보태 강산이 변하기 전 일로 기억한다.
트렌드 서적을 찾아보는 이유는 이미 유행 가도에 올랐는데 나만 모르고 있던 것들을 인지하기 위함도 있겠으나, 이제 막 주목 받기 시작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패드 또는 마이크로 트렌드를 캐치하기 위함이 큰데 니즈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해 아쉽다.
문장 수집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다고 하는데 이를 '모라벡의 역설'이라고 한다. 뒤집어 말하면 컴퓨터와 인간이 힘을 제대로 합칠 수 있다면 엄청난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이룰 수 없는 인간적인 것에 대한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략) 인공지능은 자신의 결과물을 스스로 평가하지 못한다. 최종적인 판단과 선택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마음 따뜻해지는 글을 보았다.
글쓴이의 옆집에는 경계선 지능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 하루 종일 일에 매진하는 부모가 살고 있다고 했다. 어느 날 어리숙한 아이는 보이스 피싱범에게 속아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할 뻔 했는데 천만다행으로 부모가 저지할 수 있었다. 다만, 부모가 언제까지고 아이를 돌볼 순 없는 일이었다. 글쓴이는 아이의 휴대 전화에 챗GPT 앱을 설치하고 커스텀 봇을 제작해주었다. 봇에게는 이런 문장을 일러두었다.
"사용자는 경계선 지능 장애를 가진 사람입니다. 쉽게 사기나 범죄의 위험에 빠질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의심 되는 상황이 생기면 즉각 부모와 상담하게 하고 사용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는 게 당신의 주 역할입니다." 그 결과 아이는 범죄의 위험에서 벗어났을 뿐아니라, 일상 생활의 크고 작은 결정도 챗GPT의 도움을 받아 해내고 있다고.
챗GPT에 대한 글쓴이의 이해도, 응용력이 감탄을 자아냈다. 나는 지금껏 AI를 생산성 향상의 수단 정도로 여겼지 누군가의 삶을 보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도 내가 지닌 있는 자원, 특히 AI의 활용처를 제대로 파악하고 의미 있는 길을 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겠다 💪
핵심 요약
내년 트렌드로 거론된 키워드는 총 10가지로 ① 분초사회 ② 호모 프롬프트 ③ 육각형 인간 ④ 버라이어티 가격 ⑤ 도파밍 ⑥ 요즘남편 없던아빠 ⑦ 스핀오프 ⑧ 디토소비 ⑨ 리퀴드폴리탄 ⑩ 돌봄경제였다. 이 글에서는 특히 인상 깊었던 3개만 가볍게 살펴본다.
1. 버라이어티 가격
1-1. 정의: '고객이 느끼는 가치'인 가격을 ① 상품을 구매하는 시간 ② 채널 ③ 소비자 특성 ④ 옵션에 따라 다양하게 책정하는 것
1-2. 발생 배경: 행동경제학, 빅데이터의 발전을 통한 혁신적 가격 전략 실행 가능성 탄생 + 전에 없던 (비교 불가한) 상품 출연
1-3. 현상 및 시도
- 시간 버라이어티: 시간별, 계절별로 가격을 달리 설정하는 전략 (예. 레스토랑 해피아워, 영화관 조조할인, 웹툰 기다리면 무료)
- 채널 버라이어티: 구매 채널에 따라 가격을 설정하는 전략 (예. 자사몰 판매를 강화한 삼성전자)
- 고객 버라이어티: 고객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구매 행동 등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가격 전략 (예. 컬리 시크릿 쿠폰)
- 옵션 버라이어티: 고객이 이용한 만큼 금액을 지불하게 하는 전략 (예. 아시아나 항공의 이코노미 스마티움, 레그룸)
1-4. 전망 및 시사점
- 가격 컨트롤 타워 구축: 시장 변화, 소비자 반응, 경쟁 업체, 재고 등 여러 변수를 모니터링하고 대응할 수 있는 조직 마련 필요
- 소비자가 납득 가능한 가치 반영: 단순한 이윤 극대화를 넘어 소비자 복지를 꿰할 수 있는 가격 전략 확립 필요
2. 스핀오프
2-1. 정의: 콘텐츠 산업에서 ‘원작에서 파생되어 나온 작품’을 뜻하는 말로 최근 브랜드, 기술, 조직 관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
2-2. 발생 배경: 격변하는 시장에서 브랜드가 기존의 정체성과 인지도를 유지 및 활용하면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할 때 사용
스핀오프 | 피보팅 | |
전략 | 씨앗 뿌리기 전략 | 전사적 전환 전략 |
변화 | 핵심 역량과 사업 영역 유지 | 핵심 역량과 사업 영역 전환 |
특징 | 다양성, 유연성 강화 | 적응 극대화 |
형태 | 비즈니스 모델 확장 | 비즈니스 모델 전환 |
지향 고객 | 브랜드, 세계관에 열광하는 팬덤 | 새로운 수요에 반응하는 소비자 |
목적 | 연속적 변화 | 파괴적 혁신 |
편익 | 위험 분산, 실패 회피 | 위험 감수, 가설 실험 |
[표 1] 스핀오프와 피보팅 비교
2-3. 현상 및 시도
- 미디어: 지적재산권이 있는 원작을 영화·드라마·소설·애니메이션·게임 등 다른 매체로 전개 (예. 디즈니의 OSMU)
- 패션: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에서 매스티지 제품 출시를 위해 세컨드 브랜드 론칭 (예. 프라다와 미우미우)
- 기술: 우주, 군사 등 특정 분야 기술을 실생활로 확장 (예. 캐논의 광학 정밀 기술 응용)
- 조직: 대기업의 내부 기업 벤처링 (예. 구글의 사내벤처에서 시작한 나이앤틱)
- 개인: 경력 활용, 역량 증진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
2-4. 전망 및 시사점: 가능성은 유연하게 열어두되, 대중의 취향에 반하는 기계적 스핀오프는 반감과 실패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지
3. 디토소비
3-1. 정의: 정보 과잉의 시대, 수많은 선택지에서 특정 사람·콘텐츠·커머스를 추종해 구매하는 것
3-2. 유형
- 사람: 인플루언서, 판매사·제조사의 직원, 일반인 전문가가 추천하는 상품 구매
- 콘텐츠: 웹툰·영화·드라마 속 주인공을 따라하거나, 배경이 된 장소를 여행
- 커머스: 고유한 취향, 안목으로 특정 제품군을 판매하는 채널의 상품 구매
3-3. 발생 배경: 상품의 종류 및 유통 채널 다양화, 상품의 품질 상향 평준화 → 선택의 어려움, 실패의 두려움 증가 → 대리 선택 요청
3-4. 현상 및 시도
- [사람 추종] 디팝: 중고거래 상품 판매 기능 + 셀러의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제공하는 소셜미디어 기능
- [사람 추종] 임플로이언서: 내부 직원을 전문가로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 대두 (예. 신상왔시유, 훈디의 파우치 습격)
- [사람 추종] 블링: 보다 밀도 높은 호응을 위해 광고주가 원하는 타깃과 일치하는 가성비 높은 유튜버를 발굴해주는 서비스
- [콘텐츠 추종] 세트-제팅: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장소를 추종해 방문하는 것 (예. 오징어 게임에서 언급된 제주도 방문 증가)
- [콘텐츠 추종] 웹툰 인물 협찬: 웹툰 속 등장인물의 메이크업, 패션 아이템 등을 실제 소비의 참고 대상으로 삼는 소비자 증가
- [커머스 추종] 버티컬 커머스(=편집숍, 셀렉트숍, 큐레이션숍): 전문 영역 쇼핑몰을 수직적으로 특화한 채널
3-5. 전망 및 시사점
- 장점: 소비자의 복잡한 의사결정 단순화
- 단점: 비합리적 소비(소비자 본인의 가치관,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지 못한 부문별한 소비), 맹목적 추종과 주제적 안목 저하
- 산업적 대응: 제품력을 뛰어넘는 기업, 브랜드만의 철학 수립 → 마케팅, 영업의 선택과 집중 → 내 상품의 타깃 유저 설정,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컨택 및 버티컬 사이트 개발 (예. 시그너처 상품 개발)
[그림 1] 나머지는 개인 소장을 위해 이렇게 정리했다.
마치며
하고 싶었던 말을 서두에 다 써버려 분량 조절 실패 🙃 다음에 읽을 책은 개발 관련 커뮤니케이션의 초석이 될(것으로 기대되는) <혼자 공부하는 얄팍한 코딩 지식>이다. 투 비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