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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북 리뷰

[북 리뷰] 사피엔스

by PARK JAE 2021.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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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은 수 세기에 걸쳐 객관적인 현실에 덧씌울 허구적 현실을 건설했다."며 "상상력은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원동력이지만, 그로 인해 열린 여러 가능성이 꼭 인간을 '행복'으로 이끈다고 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바람직한 미래란 무엇인지 쉼 없이 고민하고 목표한 바에 도달하기 위해 다채로운 길을 살펴봐야 한다.

 

저자 ㅣ 유발 하라리

출판사 ㅣ 김영사

출간일 ㅣ 2015/11/24(화)

후기 ㅣ ★★★★★ (10.0/10.0)

 


Part 1. 총평

 

"역사학, 종교학, 생물학이 어우러진 메타 인지 가이드"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두루 조망하고 있는 만큼 분량이 결코 적진 않다. 그러나 평소 숨 쉬듯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 문득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스쳤던 것, 나와는 무관하다 정의했던 것에서 한 걸음 물러나 다채로운 관점을 취하고 색다른 인사이트를 얻고자 한다면 추천하는 책.

 


Part 2. 문장 수집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든 문장이 참 많았다.
예를 들어 농업 혁명을 "식물이 호모 사피엔스를 길들였지,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길들인 게 아니었다."라고 이야기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많은 인간은 결정론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때문에 여러 책은 농업 혁명을 인간이 자연을 제 휘하에 두어 잉여 자원을 생산할 수 있게 한 역사적 사건이라 해석하는데 인류가 조금 더 편한 삶을 추구한 결과 생긴 변화가 언제나 예측 내지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음을 지적한 점이 신선했다.
하지만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장을 꼽으라면 아래 문장이 아닐까 싶다.

 

'지식'의 진정한 시금석은 그것이 진리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에게 힘을 주느냐의 여부다.

 

나부터가 배우고 익힌 것이 어떤 의의를 지니고 있는지,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뒷전일 때가 잦다. 대화를 할 때면 달달 외운 사실을 자랑하기 바쁠 뿐, 그것을 소화하고 나누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는다. 문제에 부딪히면 경험을 바탕으로 깊이 고민하며 더욱 가치 있는 방향을 모색하기보다 정답이 되어버린 선례를 무식하게 적용하려 든다. 가끔은 그보다 영양가 없는 우열, 잘잘못 가리기를 우선시하기도 하고.
저자의 말처럼 백 퍼센트 정확한 이론은 없다. 우리는 앎 그 자체에 만족하거나 지식의 무결함에 집착하는 대신, 지식을 십분 활용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해내려 해야한다.

 

우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역사의 다음 단계에는 기술적, 유기적 영역뿐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정체성에도 근본적인 변형이 일어나리라는 생각이다. 또한 이러한 변형은 너무나 근본적이어서 사람들은 '인간적'이라는 용어 자체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의 과거는 진화론에 가깝지만, 미래는 창조론에 가깝다고 한다. 자본과 과학의 결합은 이전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지식을 발견하게 했고 인간은 스스로 감당하기 조차 힘든 기술을 만들어냈다. 지금은 그 기술이 종교, 윤리의 이름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인류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언젠가 신의 영역을 넘볼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우리의 상식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고 인간은 농업 혁명과 마찬가지로 예기치 못한 결말(대체로 부정적인)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인류는 오랜 시간 찾고 익혀온 다양한 지식으로 무장해 여러 가능성을 점치며 현명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한없이 멀찍이서 보았을 때 그렇다는 거다. 우선은 내 삶에 이런 태도를 안착시키고 나의 미래(업계나 직종에 관한 것부터 노후까지)를 더 정확도 높게 내다보고 건설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지.

 


Part 3. 코멘트

 

우리는 인간이 위대한 존재라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나와 나의 집단이 그럴듯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면 끝없는 허무가 밀려들기 때문이다. 사회는 국가, 종교, 소비 집단 등 다양한 이름으로 인간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도록 갖가지 암시를 건다. 신념에 사로잡힌 인간이 제 몫을 하도록.
우리를 둘러싼 동식물의 탄생과 죽음이 그러하듯 인간이라고 해서 태어나고 죽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겠는가. 수많은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범지구적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눈부신 도약을 이룬 까닭은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으로 '애국심', '종교적 신념', '화폐/광물/예술품의 가치에 관한 믿음' 같은 허구의 개념을 만들고 나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치는 인간이 발생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유지되었고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국가를 향한 충절을 예로 들어보자. 내가 당연한 듯 예속되어 있는 국가는 만고불변의 것이 아니다. 중력의 법칙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관찰 가능하지만, 영토의 경계/국민의 유무 및 구성/주권의 행사 가능 여부는 시시각각 변해왔으므로. 국가를 여러 인간이 서로의 울타리가 되기 위해 만든 거대한 집단이라고 한다면 수지타산을 따져가며 인위적으로 조직한 단체를 거룩하고 신성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예전 국기에 대한 경례 속 구절처럼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해야 한다는 사고는 유전자가 아니라, 해마 어딘가에 새겨진 것이 아닐까?
종교의 논리도 마찬가지. 신이 전능하다면 전쟁, 기아, 질병은 왜 끊이지 않을까? 악마는 왜 신의 충직한 집행자 역할을 할까? 끊임없는 모순은 교리가 완전무결한 절대자의 목소리보다 교인이 유순하게 특정한 행동 양식을 따르게 하기 위한 전략에 가깝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면 괴짜, 아나키스트, 이단 취급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비정상적인' 사고가 무의식 중에 입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했다. 동시에 다른 사람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함께 아낄 수 없음에 좌절했다.
사피엔스는 이런 고뇌가 무색해질 만큼 외로운 공상이라 여긴 부분을 족집게처럼 집어가며 명쾌하게 해석했고 때로는 미처 생각지 못한 가능성까지 자세한 사례와 함께 제시했다. 약간 지루한 대목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이런 사회적 현상에 관한 과학적 접근 덕분에 공감하고 감탄하며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책.
좋은 게 좋은 거지~ 😊 하면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이런 사고와 전개가 너무 좋은 걸 보면 태생부터 글러먹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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