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 | 상세 |
저자 | 김난도 외 9인 |
출판사 | 미래의창 |
출간일 | 2022/10/05(수) |
후기 | ★★★★ (8.0/10.0) |
목차
들어가며
매년 습관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책. 블로그에도 🔗2021판, 🔗2022판 서평을 남긴 바 있다.
두문자로 만든 문장이 너무 억지스럽다는 둥, 주류라고 보기에 어려운 건을 대세인 양 실었다는 둥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면서도 매 해 이 시리즈를 찾는 까닭은 정신없이 흘려보낸 지난 일 년을 천천히 곱씹어보고 새로운 일 년을 내다보는 데 그래도 이만한 책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재작년 저자가 언급하였듯 우리는 AI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 시대에 살고 있다.
유튜브 첫 화면은 유튜브 이용자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AI가 이전에 시청한 영상을 토대로 관심 있어할 영상을 추천해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용자는 입맛에 맞는 영상을 더욱 빠르고 편하게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가 함께하듯 AI의 발전은 공정성 논란, 편향성 문제를 불러왔다. 예컨대 피의자 재범 가능성 예측에서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사례가 발견되었고 각종 플랫폼에서는 갈수록 자극적이고 편협한 콘텐츠를 권하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나 또한 가능한 다양한 것을 배우고 익히려 노력하고 있으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 주제를 과도하게 파고들곤 했다.
이런 면에서 트렌드 코리아는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분야뿐 아니라, 사회 전반을 둘러보고 이해하는 데에도 요긴한 책이며 이러한 가치는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 감히 예상해 본다.
총평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웠던 팬데믹 상황을 지나, 내년을 설득력 있게 예측한 책.
트렌드 코리아 2021, 2022에는 다소 황당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주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부는 나의 무지를 꾸짖기라도 하듯 2022년에 접어들어 널리 회자되었으나, 나머지는 잠시 언급되기라도 하였냐는 듯 소리소문 없이 종적을 감추었다.
출판 족족 날개 돋힌 듯 팔리는 '트렌드 기본서' 트렌드 코리아다. 그런 트렌드 코리아의 예상이 근 2년 간 유독 빗나간 까닭은 해당 기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감염병이 전 세계를 집어삼켰기 때문이리라.
트렌드코리아 2023은 상대적으로 납득 가능하고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로 채워져있었다. 팬데믹 상황과 달리 고용 불안, 금리 변동, 인플레이션 등에 관한 레퍼런스는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익숙한 사례를 통한 전망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충분했다.
문장 수집
훌륭한 상품이 많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 많이 팔리는 상품이 훌륭한 것이다.
🔗[북 리뷰] The Art of Game Design에서도 인용했던 내용. 시장이 어려울 수록 소비자에 집중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다소 원론적이지만, 반드시 유념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핵심 요약
비영리적인 목적에서라도 본서의 키워드를 공공연한 채널에서 세세하게 언급하지 말아 달라는 저자의 호소에 따라,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을 간략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림 1 자세한 내용은 혼자 볼 컨닝 페이퍼에 옮겨두었다 🤭
1. 2022 트렌드 (with 게임)
다른 분야의 시도도 무척 흥미로웠지만, 게임을 업으로 삼고 있는 만큼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를 집중 조명해 본다.
1-1. 뉴트로: 추억의 PC게임 재출시
뉴트로는 3040세대의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1020세대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다. 3040세대는 강한 소비력으로 매출을 견인하고 1020세대는 잠재 고객으로서 회사의 미래에 기여한다.
게임 업계에서도 뉴트로는 유효했다. 2000년대 초반 3040세대가 즐겼던 추억의 PC게임이 모바일로 재출시되며 관심을 끌었다. (예. DK모바일: 오리진, 대항해시대 오리진)
1-2. 메타버스: 시간과 공간, 실제와 가상을 넘나드는 다양한 시도
메타버스가 선도하는 디지털 세계는 소수 기업들의 실험 단계에서 벗어나, 사회·기술·법률·예술 등 인류의 모든 활동을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는 거대한 장을 넘보고 있다. (예. 🔗제페토×CU, 🔗 로블록스×구찌, 🔗포트나이트×발렌시아가, 🔗젠틀몬스터의 젠틀 가든)
1-3. 캐릭터 기획 상품: 식품유통 업계 마케팅의 핵심
2022년 식품유통 업계 마케팅의 중심에는 ‘캐릭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포켓폰빵에 동봉된 캐릭터 스티커 ‘띠부띠부씰’은 빵 품귀 현상을 낳은 바 있다. 캐릭터 기획 상품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이유는 소비에서 소위 ‘득템’ 경쟁의 우위를 점하는 능력이 날로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캐릭터 마케팅은 재테크로 이어지기도 하였는데 일부 캐릭터 스티커는 웃돈을 붙여 거래됐다. (예. 🔗메이플스토리빵, 🔗쿠키런빵 시즌3)
2. 2023 트렌드
내년 트렌드로 거론된 키워드는 총 10가지로 ① 평균 실종 ② 오피스 빅뱅 ③ 체리슈머 ④ 인덱스 관계 ⑤ 뉴 디맨드 전략 ⑥ 디깅모멘텀 ⑦ 알파세대가 온다 ⑧ 선제적 대응기술 ⑨ 공간력 ⑩ 네버랜드 신드롬이었다.
이 글에서는 특히 인상 깊었던 3개만 가볍게 살펴본다.
2-1. 평균 실종
평균에만 의존하면 치명적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 바야흐로 ‘개개인성’의 시대라 할 수 있는 지금, 평균이라는 안전지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① 양극단의 방향성에서 한쪽으로 색깔을 확실히 하는 ‘양자택일’ 전략, ② 소수 집단(때로는 단 한 명)에게 최적화된 효용을 제공하는 ‘초다극화’ 전략, ③ 경쟁자들이 모방할 수 없는 생태계(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승자독식’ 전략이다.
2-2. 뉴 디멘드 전략
유례없는 불황이 예견되고 있는 지금 “소비자는 언제 물건을 바꾸고 구매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해답은 언제나 고객에게 있으며 고객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가져온 해답은 독선적 의견일 뿐이다.
구분 | 발생 배경 | 만들어내는 방법 |
교체수요 | 사용하고 있던 상품을 바꾸고자 할 때 | ● 업그레이드하기: 지금 사용하는 상품보다 좋아질 때 - 기능과 폼팩터(외형)의 업그레이드 - 지속적 업그레이드 ● 컨셉 덧입히기: 사용하는 제품에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질 때 - 친환경 컨셉 - 프리미엄 컨셉 ● 지불 방식 바꾸기: 가격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질 때 - 할부, 렌탈, 구독, 후불, D2P |
신규수요 | 가지고 있지 않던 상품을 새로 구매할 때 | ● 전에 없던 상품: 파괴적 혁신을 통해 생태계를 형성하는 상품 ● 새 카테고리를 만드는 상품: 기존 제품의 카테고리를 벗어나는 상품 ● 마이크로 세그먼테이션 상품: 세밀하게 나뉜 나만의 상품 - 사람 기반 - 상황 기반 |
표 1 소비자의 수요 발생 배경, 방법
2-3. 공간력
팬데믹은 공간을 위축시키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현실공간의 활동에 대한 동경을 더욱 크게 만들어 놓았다. 그동안 억눌려왔던 소비 니즈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이 효율적이고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공간의 특수성은 결코 따라올 수 없다.
다만, 앞으로 현실공간은 그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순히 물건을 진열하는 곳을 넘어 사람을 끌어모으고 소통하며 알리는 매체의 역할도 이행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아쉽게도 책에 실리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공간 활용 사례들이다.
그림 2 원신은 오프라인 페스티벌 '2022 여름 축제'를 개최했다. 페스티벌에서는 희소한 공식 굿즈를 구매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손수 제작한 창작물이 거래되는 부스도 열렸다. 작품을 사랑하는 아마추어 코스튬플레이어들의 자발적 퍼레이드도 호평받았다. 그야말로 게임을 매개로 한 소통의 장이 된 셈.
그림 3 메이플스토리는 오케스트라 공연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문자 그대로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울림과 감동을 전했다. 즐겁고 색다른 만남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작품을 더욱 깊이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 4 로스트아크는 오프라인 쇼케이스 '2022 LOA ON WINTER'에 플레이어를 초대하고 향후 업데이트 계획을 밝혔다. 지난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선보이지 못했던 OST 라이브 공연, 게임에서 튀어나온 듯한 메뉴로 구성된 식사도 제공됐다. 비록 발표가 가려운 부분을 기대한 만큼 시원하게 긁어주지 못했던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으나, 오랜만에 회사와 게이머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할 미래를 그렸다는 점에서 뜻깊었다 생각하는 건.
마치며
핵심 요약에 넣진 않았지만, 알파세대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관한 퀴즈도 기억에 남는다.
질문은 대강 "알파세대는 온라인에서 돈을 더 많이 쓸까, 오프라인에서 돈을 더 많이 쓸까?" 같은 것이었는데 나는 주저 없이 온라인이라고 답했다. 휴대전화를 끼고 사는 알파세대라면 응당 온라인 결제 비중이 클 것이라 여긴 것이다.
답은 오프라인 결제 비중이 더 크다였다. 부모님께 택배 상자가 발각되면 곤란하기 때문이라나. 나름 유행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중인데 턱없이 부족하구나 싶었다.
질문에 답하며 문득 넥슨 플레이가 떠올랐다.
넥슨 플레이는 넥슨에서 게임에 관한 각종 정보를 알려주고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회사는 적은 비용으로 확실한 타깃에게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고 고객은 손쉽게 다양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게다가 각종 활동을 통해 획득한 넥슨 플레이포인트는 넥슨 캐시로 교환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윈윈. 하지만 '바코드 넥슨캐시 충전' 기능은 왜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림 5 바코드 넥슨캐시 충전 설명.
신용카드, 휴대전화로 결제하는 게 쉽고 편하지 않나…… 🙄 그런데 퀴즈 해설을 보며 깨달아버린 것이다. 미성년자는 신용카드 발급에 한계가 있고 휴대전화 결제 시 고지서에 사용 내역이 고스란히 찍혀 나온다. 편의점에 현금을 내고 넥슨캐시를 충전하면 완전 범죄(?)가 성립한다!
바코드 넥슨캐시 충전은 MZ세대니 알파세대니 하는 단어가 유행하기 전부터 있던 기능이다. 오랜 시간 고객이 처한 상황과 니즈를 철저하게 분석해 나온 결과물이었구나. 아는 만큼 보여 재미있으면서도 나는 말만 소중한 고객, 소중한 고객 했지 우리 모험가님들에 대해 뭘 알고 있나 싶어 부끄러웠다.
내년 이맘때에는 관성에 의해 트렌드 코리아 2024를 읽고 있겠지. (아마도) 지금의 나와 당신, 그때의 나와 당신 모두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