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TK의 📼 How Video Game Economies are Designed을 우리말로 옮기고 정리했습니다.
더욱 생생한 어감을 느끼고 싶거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위 영상을 확인해 주세요 😉
들어가며
2015년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가 출시되었을 때, CDPR은 게임의 경제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몇 기발한 플레이어들이 화이트 오차드 농장에서 소를 죽이고 가죽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1
죽은 소는 주인공 캐릭터인 게롤트가 명상을 하면 되살아났다. 따라서 인내심만 있다면 플레이어는 소를 죽이고 살리길 반복하며 게임 속 첫 마을을 떠나기 전에 무한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렇듯 게임 경제 시스템은 설계하기 매우 복잡할 수 있고 불균형, 악용의 여지가 많다. 하지만 잘 설계된 경제 시스템은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플레이어의 행동을 유발하고, 게임의 진행 속도를 변화시키며, 도전적인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영상에서는 게임 경제 시스템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2
우리는 앞으로 게임 경제 시스템을 이루는 다섯 가지 요소, 각 요소들의 관계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각 요소들이 어떻게 플레이어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지 확인해 보겠다.
핵심 요약
요소 1: 공급원
공급원은 새로운 자원을 생성하는 요소다. 예를 들면 처치 시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적', 건설 시 나무를 획득할 수 있는 '제재소', 채광 시 철광석을 획득할 수 있는 '바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는 '체력 바' 같은 것을 공급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공급원은 자동으로 정해진 시간마다 자원을 생성하는 반면, 다른 공급원은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여 자원을 획득해야 한다.
- 정의: 경제 시스템에서 새로운 자원을 만들어내는 요소
- 분류: 자원 자동 생성형, 자원 수동 생성형
- 플레이어 행동 유발: 전리품, 제작 재료, 체력 포인트 등을 제공함으로써 플레이어가 전투와 탐험에 임하도록 유도
- 게임 진행 속도 조정: 제공되는 자원의 수량을 조정함으로써 게임의 속도, 균형을 조절 가능 (단, 부적절한 공급원은 경제를 파괴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 필요)
요소 2: 인벤토리
공급원에서 획득한 자원은 인벤토리에 보관된다. 인벤토리는 소지품함, 재화함, 체력 바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어떤 형태가 되었든 우리는 인벤토리에 상한선을 둘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 정의: 자원을 저장하는 요소
- 분류: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소지품함 또는 단순 카운터
- 도전적인 결정 유발: 슬롯 수, 소지 가능 중량에 제한을 두어 플레이어가 가장 필요한 아이템만 선택 및 휴대하도록 유도
- 과도한 자원 축적 방지: 플레이어가 지나치게 많은 자원을 축적하지 않게 하면서 휴대하고 있는 자원을 사용하도록 유도
요소 3: 변환기
돈, 경험치처럼 그 자체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자원이 있다. 이런 자원은 다른 유용한 자원으로 교환되어야 한다. 이때 등장하는 요소가 변환기다.
변환기는 자원을 다른 자원으로 교환할 수 있게 해 준다. 상점에서 돈으로 새로운 장비를 구매하거나, 원재료로 더 나은 무기를 제작하거나, 경험치를 사용해 레벨을 올리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 정의: 자원을 다른 자원으로 교환하는 요소
- 도전적인 결정 유발: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도록 유도
- 게임 진행 속도 조정: 공급원의 자원 제공량, 변환기의 교환 비용을 조정함으로써 게임의 진행 속도 조정 가능
- 그라인딩: 플레이어가 공급원에서 자원을 획득하고 변환기를 통해 더 유용한 자원으로 교환하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강하고 효율적으로 성장하는 것
- 유의 사항: 때때로 기획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 그라인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퍼즐 같은 피드백 루프, 부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추가하여 해결 가능
- 팩토리오: 얼핏 보면 철 채굴 → 철판 변환 → 생산 시설 제작 → 철 채굴 → … 을 반복하는 구조처럼 보이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단순히 자원을 획득 및 사용하는 것보다 각종 시설을 최적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
- 엘든 링: 레벨이 높아질수록 많은 경험치를 요구하여 더 먼 곳을 탐험하고 더 강력한 몬스터와 싸우며 더 큰 위협을 감수하도록 유도
요소 4: 하수구
공급원과 반대로 자원을 경제 시스템에서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것. 무기 파괴, 탄환 소진, 체력 감소, 유닛 사망, 세금 납부 등이 하수구에 해당한다.
하수구는 그라인딩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플레이어가 손실을 매우기 위해 시간과 자원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 정의: 자원을 경제에서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요소
- 행동 유도: 배고픔, 신선도 등을 통해 플레이어의 행동을 촉진한 <돈 스타브>
- 전략 다양화: 깨지는 무기를 통해 새로운 무기 사용을 권유하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 위험 요소 추가: 사망 시 경험치를 잃게 하고 레벨이 높을수록 큰 손실을 보게 하는 <엘든 링>, 한 번에 많은 패키지를 운반하려 할수록 넘어질 위험이 커지는 <데스 스트랜딩>
요소 5: 상인
상인은 자원과 인벤토리를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욕구, 규칙에 따라 물건을 사고판다. <문명> 속 다른 국가를 예로 들 수 있다.
변환기의 일종인 상점은 마치 자동판매기처럼 정해진 돈을 정해진 아이템으로 교환해 주지만, 상인은 그 유형과 위치에 따라 저마다의 가격으로 각기 다른 아이템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정의: 고유의 자원, 인벤토리를 지니고 있는 거래 요소
- 변환기와의 차이점: 상인은 특정 규칙과 위치에 따라 아이템을 사고팔며, 무역 경로와 투자에 대한 복잡한 퍼즐 제공
- 수요와 공급의 모델링: 시장에 아이템을 과잉 공급하면 가격이 하락하는 <문라이터>
- 위험 요소 추가: 투자에 위험 요소를 추가하여 의사 결정을 유도하는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 속 순무 4
마치며
앞서 살펴본 것이 바로 게임의 경제 시스템이다. 자원은 공급원에서 생성되어 인벤토리에 저장된다. 또 자원은 변환기를 통해 더 유용한 것으로 교환할 수 있지만, 때로는 하수구로 인해 잃어버리고 보충해야 한다. 일부 게임에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사고팔고자 하는 상인이 등장할 수 있다.
자원이 시스템을 통해 흐르는 동안 게임이 진행되는 속도, 게임 속 도전 과제, 게임에 대한 플레이어의 느낌이 변화한다.
물론 위에서 설명한 다섯 요소가 게임의 경제 시스템을 모두 설명하진 못한다. 특히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게임이나 현금 거래가 포함된 게임에는 딱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
덧붙여 CDPR은 플레이어가 화이트 오차드에서 소 6마리를 죽이면 레벨 27짜리 몬스터가 등장하여 플레이어의 난동을 저지하는 패치를 단행했다.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 그러나 곧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이 몬스터를 거듭 소환하고 죽여 전리품을 파는 방식으로 큰 이득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에 CDPR은 몬스터가 딱 한 번만 나타나게끔 방향을 틀었다.
이렇듯 게임 속 경제는 매우 복잡할 수 있다.
번역 후기
당연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개념들, 개념 간 관계가 잘 정리되어 있어 몇 번이고 돌려본 영상.
특히 플레이어의 성취감을 위해 자원과 공급원을 추가하려는 기획자는 많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원의 상한선이나 하수구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거듭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