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 | 상세 |
저자 | 바바라 민토 |
출판사 | 더난 출판사 |
출간일 | 2019/08/19(월) |
후기 | ★★★☆ (7.0/10.0) |
목차
들어가며
상대를 설득하는 글 쓰기, 프레젠테이션은 나의 몇 없는 특기 중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 특기 가꾸기에 다소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업계 입문 초반에 론칭 준비 중인 타이틀을 다수 담당했다. 그래서 향후 운영 전략을 브리핑하거나 CBT/OBT/사전예약 이벤트 등을 돌아보며 탁월했던 내용, 아쉬웠던 부분을 발표할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이후 숨 가쁘게 돌아가는 라이브 게임을 맡다 보니 예전처럼 서비스의 문제점, 개선점 등에 대해 성찰할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또 내가 처음 몸 담았던 조직은 여러 노하우를 쌓고 나누는 것을 과하다 싶을 만큼 중요하게 여겼으나, 다음 조직은 지식 축적보다 기민한 대응을 강조했다. 따라서 매일 밀려드는 이슈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데 힘을 쏟게 되었고 그에 관한 인사이트 등을 정리 및 전파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다 요즘 업무 중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잦아져 (단순히 대상, 상황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능력 저하가 의심되기 시작했다. 매일 성장해도 부족한데 퇴보라니 안 될 말이지 😤 설령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 해도 약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강점을 갈고닦는 비용이 저렴하므로 논리라는 주 무기를 내려놓는 것은 큰 손해다. 게다가 체계적인 사고는 직장 외에서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생각들은 오랜만에 바른 판단, 효과적인 전개에 관한 서적을 살펴보아야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총평
누구나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차근차근 뜯어보고 정리한 적 없던 논리의 피라미드 이야기.
본서의 초판이 출간된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문서를 짜임새 있게 구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저자는 '품위 있는 단어 선택', '군더더기 없는 문장 작법'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글의 구조'를 집중 조명하였다. 그 결과, 누구나 쉽게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글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 책에 그 정수가 담겨있다.
복잡한 사안을 해체하고 설득력 있게 재배열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두고두고 읽어보아야 할 살아있는 고전.
다만, 예시가 너무 다채롭고 풍족하여 읽는 데 속도가 나지 않았던 부분은 조금 아이러니하다.
예컨대 나는 IT, 서비스업에 종사 중이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는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반면 저자가 속한 맥킨지 앤 컴퍼니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 베인 앤 컴퍼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컨설팅 회사 중 하나로 IT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금융, 제조, 소매, 운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컨설팅을 제공한다. 때문에 저자의 주장에 힘을 더하기 위한 사례로 여러 산업의 메일, 보고, 발표 자료가 제시되는데 그 배경을 이해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소요되어 책장을 막힘 없이 넘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문장 수집
글이 명료하지 않다면 그것은 대부분 글을 쓰는 사람, 즉 필자가 자기 생각을 배열한 순서가 글을 읽는 사람, 즉 독자의 사고 프로세스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글의 순서는 먼저 주요하고 핵심적인 생각을 나열한 후에 그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생각을 제시하는 것이다.
로직트리니 1 PREP이니 2 하는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핵심 요약
1. 왜 피라미드 구조인가
논리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글 쓰기의 핵심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피라미드 형태로 배열하는 것이다. 수직적 구조는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등변 삼각형처럼 짜여진 글이 질의응답 식으로 전개되면 독자는 메시지에 대해 "왜?", "어떻게?", "무슨 말이지?" 같은 질문을 던지며 글에 빠져든다.
하나의 생각을 중심으로 한 피라미드.
1) 피라미드의 규칙
독자는 핵심을 파악한 뒤, 구체적인 내용을 습득하곤 한다. 따라서 글을 쓸 때에는 문장을 그루핑하여 절을 만들고, 절을 그루핑하여 장을 만들고, 장을 묶어 문서화하는 식으로 작업해야 한다. 이때, 각 포인트는 해당 포인트의 상위 메시지를 강화하는 데 쓰인다.
- 어떤 계층에 있는 메시지든 하위 그룹의 메시지를 요약해야 한다.
- 그룹 내의 메시지는 항상 동일한 종류여야 한다.
- 그룹 내의 메시지는 항상 논리적인 순서로 배열되어야 한다. (예. 연역의 순서, 시간의 순서, 구조의 순서, 중요도의 순서)
2) 피라미드 제작
대부분의 경우, 다음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피라미드 구조를 만든다.
- 네모난 상자를 하나 그린다: 피라미드 정상에 상자를 그린 뒤,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써넣는다.
- 질문을 결정한다: 글이 독자의 어떤 질문에 답변하기를 바라는지 생각하면서 질문을 써 넣는다.
- 답변을 적는다: 답변을 알고 있다면 쓰고 모른다면 답변할 수 있다고 메모해둔다.
-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한다: 상황이 주제에 부합하는지 따져본 후, 독자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사항(독자가 이미 알고 있거나 과거 사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부터 기술한다.
- 핵심 단계를 찾는다: 독자를 설정하고 질의응답해본다. 독자가 자신의 의견에 무엇이라 말할지 상상해본다.
- 질문과 답변을 다시 확인한다: 답변을 뒷받침하는 포인트를 구성하고 질의응답 과정을 반복한다.
피라미드에 근거한 질의응답 예시.
2. 도입부는 어떻게 구성하는가
도입부는 독자에게 주제와 관련된 스토리를 들려주고 주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 즉 도입부는 상황을 설정하고, 전개를 분명히 하고, 질문을 던지거나 해결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구분 | 상황 | 전개 | 질문 |
유형 1 | 해야할 일이 있다. | 그 일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일어난다. |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유형 2 | 문제가 있다. | 해결책을 알고 있다. | 해결책을 실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유형 3 | 문제가 있다. |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 올바른 해결책인가? |
유형 4 | 행동을 취했다. | 그 행동이 효과가 없었다. | 왜 효과가 없는가? |
어떤 종류의 문서든 보통 위 질문에 대해 답한다.
3. 연역법과 귀납법은 어떻게 다른가
연역적 추론은 귀납적 추론보다 구성하기 쉬워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할 때 유용하지만, 글을 쓸 때 논리를 전개하기 쉽지 않다.
- 연역적 추론: 연역법은 일반적인 원리에서 구체적인 사실, 명제를 이끌어 낸다. 연역법은 단순한 내용을 복잡하게 만들곤 하므로 피라미드 하위 계층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 새는 하늘을 난다. → 나는 새이다. → 그러므로 나는 하늘을 난다. → 나는 새이기 때문에 하늘을 난다. (최종 포인트))
- 귀납적 추론: 귀납법은 구체적인 사실에서 일반적인 명제, 법칙을 이끌어 낸다. 귀납법은 여러 상이한 생각, 사건, 사실 등의 유사점을 파악해 하나의 그룹으로 묶은 후 유사점의 의미에 대한 의견을 기술한다. (예. 여러 나라가 폴란드를 상대로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최종 포인트) ① 프랑스 탱크가 폴란드 국경에 배치됐다. ② 독일 탱크가 폴란드 국경에 배치됐다. ③ 러시아 탱크가 폴란드 국경에 배치됐다.) 귀납법에 익숙해지려면 아래 두 가지 기술을 갈고닦아야 한다.
- 그룹핑한 생각을 정의하는 기술: 여러 내용을 묶어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귀납적 추론의 핵심이다.
- 그룹핑한 생각 가운데 적절하지 않은 것을 선별하는 기술: 피라미드 아래에서 위를 향해 질문하며 추론을 점검해야 한다.
연역적 추론, 귀납적 추론을 적용한 비교
4. 논리적으로 순서를 정하라
연역적 추론에서는 글이 논리가 전개되는 순서에 따라 진행되지만, 귀납적 추론에서는 필자가 소재의 순서를 결정해야 한다.
- 시간의 순서: 시간의 순서란 특정한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제1단계', '제2단계', '제3단계'처럼 실행 순서에 따라 기술하는 것이다.
- 구조의 순서: 구조의 순서란 도표, 지도, 그림, 사진 등이 눈에 들어오는 순서에 따라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다. 전체를 부분으로 나눌 때, 부분적으로 중복된 것이 없어야 하며 전체적으로 누락된 것이 없어야 한다. 이를 MECE(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 미시)라고 한다.
- 중요도의 순서: 공통적인 특징을 지닌 사물을 유사한 부류끼리 분류하여 그루핑할 때 사용한다. '세 가지 문제', '그 외의 문제'처럼 정도가 큰 것부터 배열한다. 정도의 순서라고도 한다.
5. 문제를 정의하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순차적 분석(Sequential Analysis) 과정은 아래와 같다.
구분 | 내용 | 분석적 문제 해결 | 과학적 문제 해결 |
문제 정의 | 1. 문제가 있는가? 혹은 개선의 기회가 있는가? | 현재의 결과, 바라는 결과의 차이를 시각화한다. | 이론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 현실적으로 얻은 결과의 불일치를 명확하게 밝힌다. |
2.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 결과를 만들고 있는 현재 상황을 시각화한다. | 불일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기존 이론 상의 가설을 기술한다. | |
분석 구성 | 3. 왜 문제가 있는가? | 각각의 요소를 분석해 왜 그것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명확히 밝힌다. | 불일치를 없애고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대안의 구조에 대한 가설을 세운다. |
해결책 도출 | 4. 문제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변경안을 논리적인 체계를 세워 기술한다. | 부적절한 가설을 없애기 위한 실험을 실시한다. |
5. 문제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변경안을 통합해 새로운 구조를 만든다. | 실험으로부터 얻은 결과에 기초해 논리를 재구축한다. |
1~2의 답변은 도입부에 해당하고 3~5의 답변은 피라미드의 중앙에 배치되어야 한다.
마치며
시사 상식에서 멀어지고 싶지 않지만, 공부는 하기 싫은 사람 나야 나… 😏
🔗뉴닉(NEWNEEK)은 그런 내가 유용하게 이용 중인 서비스 중 하나다. 뉴닉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의 이슈를 소개해주는 뉴스레터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① 출근길 단 한 통의 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점 ② 어려운 용어를 각종 밈과 이모지까지 동원하여 쉽고 친근하게 풀어 설명해주는 점 ③ 퀴즈, 토론, 설문 등 다채로운 방법으로 구독자의 이해도나 관심사를 적극 체크하고 서비스에 반영하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그런데 본서를 읽는 동안 뉴닉의 매력 하나를 더 깨닫게 되었다. 한없이 말랑말랑해 보이는 글들이 사실 매우 논리적으로 쓰여있었던 것이다.
예컨대 지난 6월 10일(금) 뉴닉은 🔗미세 플라스틱이 왜 거기서 나와에서 미세 플라스틱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좌측 도입부는 S-C-Q-A 구조로 작성되어 있다. ① S(Situation, 상황): 남극은 두꺼운 빙하와 얼음으로 뒤덮인 데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이라 인적이 드물다. ② C(Complication, 전개): 그런데 남극에 내린 눈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③ Q(Question, 질문): 우리는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하는가?
우측 본문은 구조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분석하고 있다. ① 문제 정의: 미세 플라스틱이란 무엇이고 얼마나 널리 퍼져있는가? ② 분석 구성: 미세 플라스틱이 환경,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무엇인가? ③ 해결책 도출: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렇듯 뉴닉의 글이 유독 잘 읽히는 까닭은 쉬운 단어와 찰떡같은 비유 덕분도 있지만, 소재가 논리정연하게 구독자의 사고방식과 일치하도록 배치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역시 잘 되는 제품, 서비스에는 복합적인 성공 요인이 있고 내가 아는 만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