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이제는 이맘때 즈음 안 보면 서운한 그 책, 트렌드 코리아.
지난 포스팅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드린다.
총평
매년 트렌드 코리아를 펼치기 전 드는 생각이 있다. "올해 나는 얼마나 많은 내용을 알고 있고 공감할 수 있을까?"
다른 분야라고 예외는 아니겠으나, 흔히 흥행 산업이라고 부르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몸 담고 있는 경우 고객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프로덕트의 성공적인 출시 및 운영을 판가름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던진 질문은 한 해 동안 내가 사회의 흐름을 잘 파악하였는지 진단하고 반성하며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간혹 책이 듣도 보도 못한 키워드를 트렌드라며 소개할 때면 내가 뒤쳐진 건지, 책의 상업성이 짙어진 건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그래도 한 번쯤 고민해 본 부분, 들어본 사례가 적지 않아 기분 좋게 읽었다.
문장 수집
비즈니스 영역에서 시간과 비용의 최적화는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제지만, 개인적 차원에서는 잠시 멈추고 사색할 수 있는 여유의 시간도 필요하다. 성찰의 순간이 곧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판단력을 확보하는 생산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고 자책하는 스타일이다. 멈춤, 돌아봄이 중요함을 알면서도 도무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혹시 사색과 관련하여 추천하고 싶은 학습 방법, 자료가 있다면 언제든 댓글이나 방명록을 통해 말씀해 주시길 🥹
핵심 요약
언급된 키워드는 총 10가지로 ① 옴니보어 ② 아보하 ③ 토핑경제 ④ 페이스테크 ⑤ 무해력 ⑥ 그라데이션K ⑦ 물성매력 ⑧ 기후감수성 ⑨ 공진화 전략 ⑩ 원 포인트 업이었다. 이 글에서는 특히 인상 깊었던 몇 가지 키워드만 가볍게 살펴본다.
1. 옴니보어
- 정의: 주어진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소비 스타일을 가진 소비자
- 발생 배경: 라이프사이클의 다양화로 인해 ‘적정 연령’의 개념이 사라지고 기존의 인구학적 기준으로 분류된 집단의 특성이 약화
- 현상 및 시도
- 10대 크리에이터의 활약: 어른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는 1020 창작자 급부상 (e.g. ‘마라탕후루챌린지’ 서이브)
- 슬로우에이징 유행: 젊을 때부터 노화를 늦추겠다는 ‘저속노화’ 니즈 발생 (e.g. ‘설화수’의 올리브영 입점)
- 각종 체험 열풍: 세대 차이를 극복한 직업, 영화, 게임 체험 유행 (e.g. ‘명탐정 코난’ 팝업 스토어에 몰린 2030 소비자)
- 사라지는 성(性)역: 스포츠, 패션, 식생활 등 여러 측면에서 사라져 가는 성별의 경계 (e.g. ‘블록코어’ 패션)
- 전망 및 시사점
2. 토핑 경제
- 정의: 자신의 입맛에 맞춰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상품 대두
- 발생 배경: 모두에게 두루 좋은 최선의 상품보다, 나에게 딱 맞는 최적의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 증가
- 현상 및 시도
- 꾸안꾸보다 꾸꾸꾸: 토핑을 활용해 일단 꾸미고 보는 경향 (e.g. 선글라스에 참을 탈부착할 수 있게 한 ‘젠틀몬스터’)
- 최고보다 최적: 개인화된 경험을 추구하려는 움직임 (e.g. 총 205가지 색상의 파운데이션을 출시한 아모레퍼시픽의 ‘톤워크’)
- 완성보다 변형: 넣고 빼기 쉬운 모듈형 토핑 활용 (e.g. 소비자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변화하는 일룸의 ‘쿠시노 코지’ 침대)
- 나만의 것 추구: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포디즘 쇠락 (e.g. 극도로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을 자랑하는 크래프톤의 ‘인조이’)
- 전망 및 시사점
- 기본적인 가치 상기: 상품의 추가 요소에만 주목하기보다 기본적인 기능, 품질, 완성도 먼저 충족 필요 (e.g. 내구성,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사라진 구글의 모듈 스마트폰 ‘프로젝트 아라’)
- 지속 가능한 토핑 생태 형성: 단발적인 토핑 추가에 그치지 않는 환경 필요 (e.g. 매출 76%를 견인한 스타벅스의 ‘커스텀 주문’)
▲ 이 동네 끝판왕 요아정. 요아정을 운영하는 트릴리언즈의 매출은 2021년 5억 원에서 2024년 50억 9,600만 원으로 10배가량 급상승했다. 언론은 요아정의 성공 요인으로 ① 커스터마이징을 좋아하는 MZ 세대 취향 저격, ② 인플루언서를 통한 바이럴, ③ 건강한 음식에 대한 수요를 꼽는다.
3. 물성매력
- 정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비물질 시대,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물성을 부여함으로써 만들어낸 매력
- 발생 배경: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장기적인 격리, 언택트 경제의 발전으로 인해 감각과 체험의 기회가 줄어든 데 대한 반작용과 물리적인 실체를 오감으로 알고(인지), 좋아하고(정서), 구매하고(행동) 싶어 하는 인간 본성이 복합적으로 작용
- 현상 및 시도
- 콘텐츠의 물성화: 가상의 인물, 공간, 사건에 실재감 부여 (e.g.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와 팬이 함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한 ‘프로토 홀로그램’ 부스, ‘귀멸의 칼날’을 모티브로 한 몰입형 어트랙션으로 탑승자의 시각, 청각, 촉각, 미각까지 공략한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모여봐요 동물의 숲’ 속 박물관을 재현한 코엑스 아쿠아리움)
- 브랜드의 물성화: 브랜드의 철학, 이야기를 오감으로 전달 (e.g. 직간접적으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 오프라인 영업점마저 없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의 다큐멘터리 제작 및 책 출간)
- 기술의 물성화: 신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소비자가 기술력을 체감할 수 있도록 어필 (e.g. 기업의 에너지 기술을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집이라는 형태를 활용한 ‘LG 스마트코티지’)
- 조직문화의 물성화: 기업의 문화를 내부 구성원에게 사옥 구조, 굿즈 등을 빌어 전달 (e.g. JYP 엔터테인먼트의 신사옥 ‘밥상’)
- 전망 및 시사점
- 사소한 시작: 화려한 장치나 연출보다 작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고민부터 시작 필요
- 다중감각 형태로의 진화: 지금까지의 물성화가 대부분 촉각에 의존했다면 향후 다른 감각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발전할 전망
▲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1주년 기념 팝업 스토어 ‘WAY 4 LUV’. 프로토 홀로그램 부스는 영상 1분 45초부터 만나볼 수 있다.
마치며
올해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약진이 그 어느 때보다 도드라진 한 해였다.
오픈AI는 지난 5월 텍스트와 이미지를 설명하고 만들어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영상을 이해하고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GPT-4o를 공개했다. 게다가 며칠 전 선보인 OpenAI o3는 코드포스에서 2,727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상위 0.2%에 해당하는 점수로 알고리즘에 있어서는 OpenAI o3가 웬만한 개발자보다 뛰어나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도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시가 여럿 실렸다.
예를 들어 크래프톤이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인조이>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매우 높은 자유도를 구현해 냈고 토핑 경제의 모범 사례로 언급되었다. 게임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 게임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자랑스러운 한편,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가상의 캐릭터와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한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나 플레이어의 감정과 의도를 해석하려 한 <마법소녀 즈큥도큥> 등은 실리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 좌측부터 <언커버 더 스모킹 건>, <마법소녀 즈큥도큥>. 아직 대중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이른 것 같기도……?
끝으로 생성형 인공지능 그 자체를 찬양하기보다, 팬데믹이 남긴 상처와 이를 치유하는 데 쓰이는 여러 수단 중 하나로 다룬 태도 역시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4
인류는 지금껏 목표를 이루기 위해 놀라운 기술을 발명하고 현명하게 사용해 왔다. 나도 도구에 압도되거나 자조적으로 도구를 자처하기보다, 익히고 때로는 만들며 잘 써먹으려고 마음먹어야겠다 반성했다. 굿 👍✨
참고 자료
- 아주 보통의 하루 [본문으로]
- Center of Gravity(무게중심). 프로이센의 군사 전략가 클라우제비츠가 제안한 군사 용어로, 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중심점. [본문으로]
- 한 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 계절이 바뀌면 다시 싹을 틔우는 다년생 식물. 오늘날 인류가 다년생 식물처럼 청년, 노년을 구분하지 않고 끝없이 일하고 배우며 상호작용하는 ‘탈세대 인류’라는 점을 비유적으로 표현. [본문으로]
-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는 무기물에 얼굴과 표정을 부여해 친근함과 안정감을 더하는 '페이스테크' 등.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