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저자 ㅣ 김난도 외 8인
출판사 ㅣ 미래의창
출간일 ㅣ 2020/10/13(화)
후기 ㅣ ★★★☆ (7.0)
총평
매해 습관처럼 찾아보는 시리즈.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 해의 동물과 관련된 문장으로 설명한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신성한 기운을 지녔다는 흰 소의 해로 트렌드 코리아에서 제시한 올해의 타이틀은 'COWBOY HERO'.
언제나처럼 여러 키워드를 억지스럽게 묶은 데다 언택트*같은 콩클리시가 난무하여 읽는 동안 다소 불편하기도 하지만, 문법을 준수하는 것보다 상황이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한 데다 이만큼 한국의 트렌드를 폭넓고 꾸준하게 다루고 있는 서적이 없는 만큼 대체하기 어려운 현대인의 필독서.
* 트렌드 코리아 2018에 실린 용어. 당시 무인 키오스크 배급 등 비대면 기술의 확산이 본격화되고 있었기에 이러한 모습을 담아내려 하였다. (외신에서는 no-contact, zero-contact를 자주 사용한다.) 이밖에도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를 의미하는 '가심비', 새로움과 복고를 합한 신조어 '뉴트로'도 김난도 교수의 연구실에서 탄생했다.
문장 수집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꾼 것은 트렌드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 그러니까 5~6년 전쯤……🙄 빅 데이터 붐이 불었다. 뉴스에서 허구한 날 빅 데이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모의 면접 단골 문항으로 빅 데이터의 정의, 활용 방안이 출제되었을 정도. 이렇듯 우리 사회는 꽤 오래전부터 방대한 데이터 수집, 가공, 분석의 가치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 중요성에는 누구도 이견을 표하지 않았으나, 즉시 발 벗고 나서 활용하려는 사람이 비교적 적었을 뿐이다.
고객과의 접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이동 중인 요즈음 웹, 앱에서 고객의 선호와 동선을 관측하고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도 마찬가지. 넥슨은 몇 해 전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머신 러닝, 딥 러닝 등 다양한 부문을 연구 및 개발하는 인텔리전스 랩스를 개설하였고 최근 게임 서비스 중 축적한 사용자의 행동 패턴 등을 기반으로 신한 은행과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업무 협약)를 맺었다. 신기술을 향한 관심이 잔잔하게 이어져오다 급물살을 탄 데 이어, 본격적인 활용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
위 문장을 보는 순간 게임사와 금융사의 이 이색적인 만남이 떠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 19')이 유행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이루어졌을 협업일 수 있겠으나, 비대면 서비스의 도약이 풍부한 데이터 활용의 본격화, 업종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업 추진을 앞당긴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사회 전반이 빠르게 변화 중인 만큼 개인은 과거 놓쳤던 흐름을 회고하고 앞으로를 내다보며 적응해야 한다. 이는 생존하기 위한 필수 사항이자 경쟁의 주요 전략이 될 것이다.
키워드 및 코멘트
1. Coming of 'V-nomics' - 브이노믹스
- 코로나 19 사태 이후, 업종 별로 다른 경기 회복 유형을 보일 것이다.
- KPI(Key Performance Index, 주요 업무 지표)에 맞춰 온라인, 오프라인 채널의 경험을 적절히 운용해야 한다.
- 소비자는 위기 상황에 매끄럽게 대처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우수 기업, 소비자와 고통을 분담하려 하는 착한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은 단순 이윤 추구를 넘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 및 고객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올해 다른 업계는 언택트로 떠들썩했고 게임계는 한 발 나아간 온택트가 급부상했다. 선수와 관객을 초빙하여 진행했던 e스포츠 경기, 한 해 동안 프로젝트를 사랑해준 플레이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향후 계획을 이야기하는 간담회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진 것. 현장감은 다소 부족하였지만, 시공간적 한계로 가능하지 않았던 무대 연출이 돋보였고 실시간 참여 이벤트가 극대화되기도 하였다.
로스트아크는 수려하고 호소력 있는 컷씬으로 유명하다. 로스트아크의 감사제 LOA ON(이하 '로아온')에서는 이러한 프로젝트의 강점을 살려 성우진을 섭외, 인터뷰하였고 욘 대륙과 파푸니카 섬의 컷씬을 뮤지컬처럼 선보였다. 또한, 일부 플레이어가 화상으로 개발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였으며 동시에 모든 이가 홈페이지에 정답을 입력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급변한 환경 속에서 프로젝트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사용자와 소통하려 한 점이 인상 깊다.
2. Omni-layered Homes - 레이어드 홈
- 코로나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을 향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집은 다양한 기능을 하게 됐다.
- 기본 레이어(Basic Layer): 기존에 수행했던 역할이 심화된다. 가전 및 인테리어 산업의 발전, 로봇 등을 활용한 프리미엄화와 연결된다.
- 응용 레이어(Additional Layer): 학습, 근무, 운동, 취미 생활 등 집에서 별로 하지 않았던 일을 해결한다.
- 확장 레이어(Expanding Layer): 집의 기능이 집 근처, 동네의 상호 작용으로 확장된다. 대표적인 예는 배달 서비스를 통한 편의점의 '우리 집 냉장고화'.
현재 한국 닌텐도의 스위치 라인업 최상단에 걸려있는 상품은 뭘까? 나는 지난 해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여봐요 동물의 숲 에디션이 아닐까 했다. 플레이어마다 즐기고 싶어 하는 타이틀이 가지각색이므로 공통적으로 구매할 본체 단품이 최상단에 위치해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한국 닌텐도가 가장 열심히 보여주고 있는 상품은 링 피트 어드벤처 세트였기 때문이다.
링 피트 어드벤처는 닌텐도가 개발, 배급한 스위치 대응 롤플레잉 및 엑서 게임*이다. 허벅지에 조이콘**을 착용하고 탄성 소재로 되어있는 직경 30cm 내외의 원형 컨트롤러를 손에 쥐면 준비 끝. 이후 실제로 걷거나 달리며 가상의 세계에서 모험을 즐길 수 있다.
얼핏 고루하고 힘들 것 같은 이 게임은 한때 없어서 못 플레이할 정도였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몸을 움직이고 싶다는 욕구가 커진 한편, 헬스장 등 다중 운동 시설은 문을 닫게 되었기 때문. 면역력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덕도 있었다. (물론 일시적인 중국의 생산 중단, 일부 스트리머의 영향 역시 있었다.)
* 운동(Exercise)과 게임(Game)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접목한 것.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도 즐겁게 몸을 단련할 수 있고 올바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닌텐도 스위치의 기본 게임 패드. 플레이어의 모션을 인식하여 흔들거나 기울이는 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버튼을 누르거나 스틱을 돌리는 식으로도 이용 가능하다.
실내 활동이 늘어나며 게임계가 반사 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 많으나, 게임을 하나의 거대한 개념으로 보기보다 프로젝트의 성격 등에 따라 여러 범주로 나누면 위처럼 재미있는 사례를 발굴하고 생활에 접목 가능한 인사이트를 얻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3. We Are the Money-friendly Generation - 자본주의 키즈
- 광고, 시장, 금융 등 자본주의적 요소에 친숙한 세대가 소비의 주체로 성장했다.
- 자본주의 키즈는 광고에 관대하다. 유용한 콘텐츠에 광고가 붙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당연하다 여기며 맞춤 광고를 오히려 즐긴다. 아울러 '뒷광고' 등 소비자의 광고 수용 선택권을 침해하는 일에는 격렬하게 분노한다.
- 소유보다 경험에 가치를 두므로 물품의 가치에 따라 렌트, 구매를 구분한다.
4. Best We Pivot - 거침없이 피보팅
- 제품, 전략, 마케팅 등 모든 국면에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끊임없이 테스트하며 방향성을 수정해야 한다.
- 핵심역량 피보팅: 기술, 운영, 노하우 중심 사업 전환 (예. 전화번호 소개 앱에서 시작한 배달의 민족)
- 하드웨어 피보팅: 설비, 공간, 건물 중심 사업 전환 (예.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체험 비행을 선보인 스타룩스 항공)
- 타깃 피보팅: 잘 알고 있는 소비자 집단을 중심으로 한 사업 전환 (예. 해외여행 급감, 국내 여행사 포화를 두루 고려하여 집과 골프장 간 이동 서비스를 론칭한 해외 프리미엄 골프 투어 전문 여행사 ES투어)
- 세일즈 피보팅: 새로운 물품 기획 및 판매 경로 변경을 통한 기회 모색 (예. 수건, 침구류 등을 판매한 롯데호텔 서울)
- 우리 사회는 '규모의 경제'에서 '속도의 경제'로 전환되고 있으므로 빠른 포기도 중요하다.
5. On This Rollercoaster Life - 롤코라이프
- 롤코라이프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짧은 유행에 우르르 몰려가 참여하고 즐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놀거리로 넘어가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 밈을 이용한 소통, 공감대 형성, 낯설지만 재미있는 이종 간 결합 등이 눈길을 끌었다. (예. 아무 노래 챌린지, 깡 열풍, 사딸라 광고, 곰표 패딩)
-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완벽한 접근보다 미완성일지라도 끊임없이 치고 빠지는 전략이 유효하다.
검은사막은 재미있는 컬래버레이션으로 연일 화제를 몰고 온다. 2019년 6월 해태제과와 은단 향 껌 '껌은사막'을 내어놓았고 2020년 9월에는 광천김과 협업 제품 '김은사막'을 내놓은 것. 연말에는 남성 화장품 브랜드 스웨거와 손을 잡고 샴푸 '감은사막'을 출시하기도 했다.
검은사막의 방대하고 진지한 세계관, 유려한 그래픽은 플레이어의 감탄을 자아내지만 이로 인해 심리적 장벽을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다. 자칫 딱딱하고 어려운 게임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은사막의 재치 있는 제휴는 플레이어에게 흥미를 안겨줄 뿐만 아니라, 잠재적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선사하여 인식 개선 및 유입에 도움이 된다.
6. Your Daily Sporty Life - 오늘 하루 운동
- 코로나 19로 인해 건강 증진과 면역력 강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요즈음, 자기 관리에 투철한 MZ 세대의 세대적 특성이 더해져 운동 붐을 몰고 왔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게 운동은 일상이자 여가 생활이고 취미이며 특기이다.
- 운동 인구 증가는 산업의 지형을 불러왔다. (예. 애슬레저 룩 부상, 나이키 런 클럽 앱 성장)
7. Heading to the Resell Market - N차 신상
- N차 신상이란 새것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 상품을 뜻한다.
- 중고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아나바다 같은 운동이 아니라, 재테크 또는 투자의 개념에 가깝다.
- 거래 범위를 인근 지역으로 제한해 편의, 신뢰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예. 당근마켓)
8. Everyone Matters in the 'CX universe' - CX 유니버스
- CX(Customer eXperience, 고객 경험) 유니버스란 고객이 신뢰, 몰입, 충성까지 나아가며 브랜드와 함께 원하는 세계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래 액션이 필요하다.
- 물 흐르듯 매끈한 심리스 경험 제공 (예. 넷플릭스의 정주행, 유튜브의 자동 재생)
- 고객의 자발적 데이터 제공 경험 유도 (예. SK 디탭의 티맵 점수)
- 색다르고 흥미로운 경험 제공 (예. 아디다스의 디로즈 점프 스토어)
- 효과적인 CX 관리를 위해 DT(Digital Transformation)가 필요하다. (예. 도미노 애니웨어)
비단 게임뿐 아니라, 간편 결제를 도입하는 서비스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일반 결제 시 휴대폰 결제를 선택하면 통신사 선택, 전화번호 입력, 인증 번호 요청 및 입력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면, 간편 결제를 선택하고 최초 1회 전화번호를 인증하면 이후에는 미리 설정해둔 비밀 번호만 입력하는 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 사용자를 향한 배려가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례.
9. 'Real Me' Searching for My Own Label - 레이블링 게임
-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방법이 놀이화된 것. 멀티 페르소나 시대의 진정한 정체성 발견 욕구, 긴 재택 생활로 낮아진 실존적 불안 완화, 공유를 통한 자기표현 및 공감대 형성 의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탄생했다.
- 고객 계량, 범주화 및 비유, 추천 서비스 제공으로 이루어진다. (예. 셔츠 스펙터의 마블 캐릭터 활용)
- 타깃이 결과를 자신이라고 받아들이고 브랜드와 정체성의 동일시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예. 제페토의 아바타)
10. 'Ontact', 'Untact' with a Human Touch - 휴먼 터치
- 소비자의 구매를 결정하는 요인은 결국 사람의 손길이다.
- 기술은 인간 사이의 단절하거나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 접촉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본서는 인공 지능에게 공감 능력이 없다고 이야기하며 콜센터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챗봇이 기업에게 편리한 기술일 뿐, 고객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고 설명한다. 또 인공 지능은 인간 고유의 감성을 결코 따라오지 못한다며 넷플릭스의 태거를 대표적 예시로 들었다.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는 지금 인간의 설자리가 있음에 감사하는 한편, 저자의 견해가 얼마나 유효할지 의문스럽다. 충분한 사례와 바른 대응을 장기간에 걸쳐 학습한 인공 지능은 상담, 큐레이션 등의 부문에서도 활약할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유능한 어시스턴트와 일하게 되었을 때, 인공 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특색은 무엇일까?
정신없이 흘러간 2020년을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올해 말에서 내년 초쯤 이 글을 다시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들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때에는 미처 살펴보지 못한 흐름이 없길, 이번 기회에 접한 사례를 요긴하게 활용해볼 수 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