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l MMORPG
출시 l 2020/12/10(목) 예정
개발 l 크래프톤
유통 l 카카오게임즈
플랫폼 l PC 온라인
기대치 l ★★★ (6.0)
총평
육식의 육식에 의한 육식을 위한 PC MMORPG 출격 준비 완료.
아이온, 아키에이지, 테라 등 한국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프로젝트의 관계자와 크래프톤 핵심 개발진이 모여 제작한 A:IR(Ascent: Infinite Realm, 이하 '에어')의 새로운 이름.
과거 공중 전투를 도입하여 입체적인 세계를 구축하였으나, 플레이어의 피드백과 자체적인 검토 끝에 해당 콘텐츠를 대폭 축소하고 박진감 넘치는 대규모 전투에 초점을 맞췄다.
기술적, 비용적, 시간적 한계로 PC MMORPG 시장에 가뭄이 찾아온 가운데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영원의 탑 이후 처음으로 진영 간 대립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게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2020/10/28(수)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가량 진행된 미디어 쇼케이스는 ELYON(이하 '엘리온')이 어떤 게임인지,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 언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인지 다루었다.
핵심 콘텐츠: 전투
결론부터 말하자면 게임의 결을 파악하고 서비스 시작을 기다리게 하는 데에는 충분한 쇼케이스였다. 옛 이름을 버리고 아이덴티티 격인 공중 전투를 축소하기까지의 결심이 비장해 보였다. 무엇보다 모험, 생활 콘텐츠의 볼륨이 전투 콘텐츠의 볼륨만큼이나 큰 경쟁작과 달리 PvP, RvR를 강조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선호층이 매우 뚜렷할 듯.
그러나 큰 개념만 훑고 넘어간 것은 아쉽다. CBT 때부터 해당 프로젝트를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은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화면 속 콘텐츠가 무엇인지 미처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전투가 매우 중요한 점과 승리하기 위해 기술(스킬)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점만 인지할 수 있을 뿐 동일 장르 게임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인지하기 어려웠다.
조금 더 상세히 다루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부분을 직접 찾아봤다.
1. 클래스
포털 사이트에 게임의 이름을 검색하면 '직업 추천'이 자동 완성된다. 그만큼 MMORPG 플레이어는 분신의 외형, 분신이 할 수 있는 일, 분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 등에 민감하다. 그런데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종족에 대한 이야기가 살짝 등장했을 뿐, 클래스 관련 설명이 없었다.
엘리온에는 그림 1처럼 총 다섯 가지 클래스가 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어디에선가 이미 경험해 본, 조금은 뻔한 직업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클래스를 거의 다루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비슷해 보이는 껍데기 안에 감춰진 매력을 보여주었더라면 보는 이가 더욱 감탄할 수 있지 않았을까.
2. 종족
검은사막, 로스트아크 등 몇몇 게임은 클래스에 따라 종족, 성별이 고정된다. 플레이어가 분신의 성별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데다 종족이 네 개나 존재하는 건 엘리온의 특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었다.
게다가 공식 홈페이지에는 각 종족이 세계관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특성이 쓰여있지만, 이 같은 개성이 캐릭터 능력치나 게임 내 활동 등에 어떻게 반영될 예정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설명만 가득하다.
플레이어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게임의 특징, 비전이다. 비록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더라도, 서비스 시작 직후 보여줄 수 없는 내용이더라도 이 정도 첨언만 하였더라면 충분히 납득했을 것이다.
"추후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이러한 방향을 고민해왔고 여러분과 함께 그려갈 것이다."
그러나 (클래스, 종족에 대한 어필을 포함하여) 행사가 전반적으로 과도하게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거듭된 CBT를 거치며 플레이어의 마음이라는 미지의 대상에 대한 걱정이 부풀었겠지만, 벌써부터 튼튼한 팬층이 보이는 데다 스스로 오래도록 공들인 작품을 자신 있게 전해주길 응원한다.
3. 진영
엘리온의 알파요 오메가로 보이는 요소.
블레이드 앤 소울 레볼루션처럼 특정 세력에 플레이어가 집중되는 경우,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장치까지 탄탄하게 준비 중인 듯하다.
4. 기술
엘리온이 심혈을 기울인 또 다른 부분은 기술 조합이다.
수천 가지 조합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자유도, 변화무쌍한 기술을 통해 매번 새로워지는 전투를 향한 포부가 돋보였다.
관련 콘텐츠에 대한 설명 중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어 아래처럼 조사, 정리해보았다.
(1) 룬스톤
룬스톤이란, 장비에 장착할 수 있는 신비한 돌로 장비의 다양한 능력을 끌어낸다.
- 종류: 맹공(빨간색), 제어(주황색), 운명(노란색), 지원(초록색), 보호(파란색), 각성(보라색), 균형(흰색)으로 나뉜다.
- 능력: 룬 이름에 걸맞은 룬포인트, 체력/유물력/적중도/회피도 능력 중 한 가지가 부여된다.
- 장착 방법: 룬과 같은 색상의 룬스톤 슬롯에 장착해야 한다.
- 특이 사항: 균형(흰색) 룬스톤은 룬포인트가 없는 대신 2종의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모든 색상의 룬스톤에 장착 가능하다.
얼핏 보면 검은사막의 '수정' 난이도 하드 버전 같다. 장비에 추가 능력을 주는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다는 건 같지만, 능력치의 종류 및 수치만 무작위로 정해지는 수정과 달리 룬은 장비에 따라 장착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정해져 버린다. 클래스, 종족, 주로 이용하는 콘텐츠에 따라 원하는 수정을 장착할 수 있는 장비를 얻기 위해 장기간 노력해야 하는 것. 장비 자체의 능력치도 획득 순간 결정되니 플레이 타임은 더더욱 길어질 듯하다.
(2) 룬 특성
룬스톤을 장착할 시, 룬포인트만큼 룬 특성이 활성화된다. 룬포인트가 4, 12, 24, 40, 60, 84에 도달하면 새로운 특성을 선택할 수 있으며 새로운 기술이 추가되기도 한다.
한 종류의 룬을 집중적으로 장착하여 높은 룬포인트를 획득할지, 다양한 룬을 통해 여러 특성을 두루 경험할지 선택 가능해 보인다.
- 맹공: 공격 관련 특성 (예. 무자비: 적 처치 시 8초 동안 모든 주는 피해량, 치유량 8% 증가)
- 제어: 행동 불능 관련 특성 (예. 가시: 적에게 공격을 받으면 5% 확률로 공격자에게 경직 유발)
- 운명: 확률적 효과 관련 특성 (예. 수확의 기쁨: 적 처치 시 2% 확률로 30초 동안 사냥 아이템 드랍률 및 경험치 획득량 10% 증가)
- 지원: 아군 지원 효과 관련 특성 (예. 약화: 적 공격 시 대상 주변 적들에게 모든 받는 피해 5% 증가 디버프 부여)
- 보호: 방어 관련 특성 (예. 불굴: 행동 불능 상태에서 받는 모든 피해량 10% 감소)
- 각성: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관련 특성 (예. 약육강식: 치명타 적중 시마다 위력 15만큼 피해를 흡수하는 보호막 효과 획득)
다른 게임에도 비슷한 게 있지 않나 싶었던 룬 시스템에 독특함을 더한 부분.
(3) 스킬 특성
프레젠테이션에 쓰인 워딩과 정확히 일치하는 콘텐츠를 찾기 어려웠으나, 연관된 기술에 특수한 효과를 부여하는 '유물'을 의미하는 부분인 듯하다.
엘리온에서는 똑같은 기술이라 해도 사용한 유물에 따라 적에게 상태 이상 디버프를 주거나 지속 피해를 주는 등 다른 기술처럼 사용할 수 있다. 활성화된 유물에 따라 기술 이펙트, 아이콘이 달라지는 케이스도 있다고.
주관적 시선에서 로스트아크의 '트라이포드'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던 콘텐츠. (심지어 트라이포드는 유물 등 아이템을 파밍 할 필요가 없으며 언제든 자유롭게 변경 가능해 더욱 플레이어 친화적으로 보인다.) 트라이포드도 출시 시에는 여러 플레이어의 이목을 끌었지만, 결국 가장 효과적인 한두 개의 기술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유물이 얼마나 개성 있고 이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렇게 완성된 다채로운 스타일을 활용할 만한 무대가 충분할지가 관건인 것 같다.
(4) 마나 각성 (세피로트)
여행 중 획득할 수 있는 힘의 일종으로 세 가지 계열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개화할 수 있다.
- 특성 (계열)
- 투포: 발사체 위력 증가, 발사체 기술 재사용 시간 감소 등 발사체 기술의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
- 정신: 자원 관리 및 자원 보유량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제2의 자원인 '근원력'을 개방할 수 있다. 근원력은 적을 공격할 때마다 차오르며 한층 강력한 기술 '궁극기' 사용에 필요하다.
- 기민: 질주, 회피에 관한 여러 효과를 획득할 수 있다. 도주나 추격 등 기동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 종류
- 시작: 가장 처음 선택하는 세피로트로 총 3종.
- 일반: 흰 점처럼 보이는 세피로트. 능력치, 자원, 기력 등을 늘려준다.
- 중요: 분기에 위치하며 패시브(별도 조작 없이도 발동), 액티브(단축키를 눌러 사용)로 구성되어 있다.
- 초월: 가지 가장 끝에 위치한 세피로트. 당도하기 어려운 만큼 강력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9종 중 1종만 선택 가능하다.
- 특이 사항
- 선택한 세피로트 1종에서 마나 각성을 시작할 수 있다.
- 선택한 특성과 다른 계열도 발현할 수 있으나, 서로 이어져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부연 콘텐츠: 생활
1. 주택
플레이어만의 보금자리. 앞마당, 건물 내부, 건물 외관 등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
가상공간에 지어진 주택도 있지만, 방문 가능한 일반 거점(필드)에 자리한 곳도 있는데 보유한 주택의 위치에 따라 주택 인근에서 전투 시, 채집 시 이로운 효과를 받을 수 있다.
2. 생활
- 채집: 벌목, 채광, 약초 채집, 포획, 낚시로 나뉜다.
- 생산: 꽃 농장, 과수원, 광산, 사육장 등의 생산 시설에 원료를 이용해 생산물을 획득할 수 있다. SNG처럼 타인의 생산을 도와 최대 수확량을 늘려주는 등, 다른 플레이어와의 교류도 가능하다.
- 제작: 채집 활동을 통해 얻은 재료로 무기, 방어구, 연금술 관련 아이템, 요리, 가구 등을 제작할 수 있다.
과금모델(BM)
현재 PC 온라인 게임 과금모델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F2P(Free to Play, 부분 유료화)에서 탈피, B2P(Buy to Play) 모델을 택했다.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북미 지역 검은사막 모바일과 동일하게 게임 이용권을 구매하는 방식.
게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경우, 작업장 등 부정한 목적으로 게임에 유입되는 인원이 많아진다. 만약 게임 이용에 최소한의 허들 즉, 게임 이용권을 추가하면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인원만 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이 역시 게임 이용권의 가치가 재화/아이템 현금화 기댓값보다 낮으면 제대로 워킹하지 않을 수 있지만, RMT(Real Money Trade, 현금 거래)을 노린 플레이어로 인해 발생 가능한 재화 가치 훼손과 서비스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로 끝인 줄 알았는데 '+' 아이콘과 함께 추가 아이템 판매 아이콘이 나타났다.
개발 및 유지 비용이 상당한 PC 온라인 게임 특성상, 게임 이용권만으로 지속적인 매출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플레이어가 가장 많이 유입될 서비스 시작 시점에 큰 이익을 얻는다 하더라도 그 비용만으로 게임 운영을 지속하기 위한 인프라를 유지 및 개선하긴 힘들다. 때문에 완전 유료 재화 '루비', 게임 플레이에 사용되는 '골드'와 교환 가능한 유료 재화 '기어' 등을 도입한 듯 보인다.
한편, 게임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자리에 적절해 보이진 않았으나, 사전예약 한정 상품 홍보 시간도 있었다.
특히 눈길이 갔던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초대권: 엘리온에 다른 모험가를 초대할 수 있는 아이템. 퍼블리셔 입장에서 결코 손해보지 않는 상품이다. 기획 의도는 엘리온에 관심이 있는 플레이어가 친구에게 초대권을 건네주는 것. 자연스레 입소문이 나고 플레이어도 늘어난다. 초대권으로 유입된 플레이어가 공짜로 게임을 즐기는 부분이 염려될 수 있지만, 추가 아이템 판매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잠재 고객이 된다.
- 세피로트의 은총: 상품 상자 개봉 즉시 활동력 회복 증가 버프가 부여된다. 활동력이 무엇인고 하니, 앞서 기술했던 채집과 제작에 쓰이는 자원(에너지)을 뜻한다. 아직 게임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플레이어가 많은 만큼 상품 디스크립션이 보완되면 좋겠다.
- 별의 축복: 사용 시 일정 기간 동안 다양한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아이템. 인벤토리 및 창고 확장 등 한 번 경험하면 재구매 의사가 충만해지는 혜택과 더불어 사냥 경험치, 아이템 드랍률 증가 효과가 적용된다. 리니지M 아인하사드의 축복, 바람의 나라: 연 태고의 보물을 떠올리게 하는 상품. 이런 종류의 상품은 구입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지기 십상인 데다 불편함도 가중돼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 별의 축복이 단품으로도 출시되는지,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상품을 통해 부여받는 경험치 및 아이템 드랍률 증가 효과가 게임에 얼마큼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볼 일이다.
- 카카오프렌즈 소환수: 사전예약 패키지 한정 품목. 일반적으로 루비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소환수는 1 성인데 이 친구들은 2 성이란다. 그렇다면 성급 별로 무엇이 다른지, 그 외에 소환수가 플레이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적극 알려야 하지 않을까. 공지 사항, 게임 가이드, 상품 설명 등을 여러 차례 살펴보았지만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워 피로했다. 잡다한 설명 없이 귀여움만으로도 구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긴 하지만.
- 라이언 씽씽카 (탈 것): 사전예약 패키지 한정 품목으로 캐릭터가 탑승하여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다. 중세 판타지 & 스팀펑크 세계관 속 아이템이라기엔 이질감이 크다. 개인적으로 설득력 있는 배경과 스토리를 중요시하는 편이라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는데 나와 비슷한 그룹이 있었고 이질적인 생김새가 이목을 끌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호하는 무리도 보였다.
기타
요즘 플레이어는 똑똑하다. 웬만한 업계 실무자 저리 가라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중을 대상으로 발표할 때, '트래픽 증가' 등 일상적으로 쓰이지 않는 표현을 다듬어 보여주면 좋겠다.
오늘은 매체를 위한 미디어 쇼케이스였으나, 시국으로 인해 플레이어에게까지 송출된 면이 있다. 하지만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출시일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정보가 돌았던 순간, 청자가 많고 다양해질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다음으로 미디어 쇼케이스 생방송 링크를 비공개 처리한 이유가 의문스러웠다. 인플루언서의 해설이 가미된 녹화 영상으로 다시 봐도 게임을 이해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지만, 늦게라도 생방송의 벅참에 동참하고자 한 플레이어는 매우 아쉬울 것. 원본 영상을 통한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증가, 2차 창작물 제작 및 배포로 인한 화제성 유지도 기대하기 어렵다.
운영 계획(아이템 가치 보존, 작업장 조성 방지, 빠르고 투명한 소통)도 보다 구체적이면 어땠을까 싶은 부분.
유저 쇼케이스에서는 플레이어와 직접 만날 예정인 만큼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그밖에 진행, 구성, 송출 상태는 매우 양호. 생방송에는 사건사고가 동반되기 마련인데 정성과 준비성에 감탄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각종 발표회 등이 취소, 축소되고 있는 요즈음 오래간만에 가슴 설레는 발표였다.
흥해라, 엘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