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l 턴제 RPG
출시 l 2019/06/04(화)
개발 l 넷마블게임즈
유통 l 넷마블
플랫폼 l 모바일 (iOS, AOS)
플레이 후기 l ★★★★ (8.0)
총평
충실한 원작 재현, 그 이상의 감동.
일곱 개의 대죄: GRANDCROSS(이하 '칠대죄')는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제작된 수집형 턴제 카드 배틀 RPG다.
원작을 빼다 박은 듯한 컷씬,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것 같으면서도 고유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 다채로운 스킬과 독특한 전투 방식이 플레이어를 사로잡는 수작.
1년 이상 사랑받은 게임인 만큼 콘텐츠의 볼륨, 깊이 모두 상당한 편이다. 그만큼 즐길 거리가 풍성하지만, 신규/복귀 플레이어는 진입 장벽을 느낄 수 있어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초반 진입 경험(First Time User Experience, FTUE)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그중에서도 초반 진입 경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초반 진입 경험이란 게임 진입 전, 진입, 첫 플레이 경험까지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정을 뜻한다.
1. 진입 전
게임을 시작하기 전 장르, 그래픽 등이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가디언 테일즈의 아기자기한 광고 영상을 본 플레이어가 "이 게임은 가벼운 마음으로 귀여운 도트 그래픽을 감상하며 즐길 수 있겠구나!" 하는 식이다.
가디언 테일즈는 이러한 선입견이 무색하게 매니악한 패러디, 냉소적인 사회 풍자도 서슴지 않아 플레이어에게 그야말로 대반전을 선사하였는데 보다 자세한 소개는 [▶ 가디언 테일즈 - 콘텐츠편] 참고.
2. 진입
진입 단계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설치, 로그인하는 과정이다.
모바일 게임의 진입 단계는 스토어에서 앱을 찾고 설명을 확인하는 후 설치하는 것.
[그림 1] 구글 플레이 스토어 검색 화면
이러면 곤란하다.
스토어의 앱 소개 스크린샷, 실제 게임 화면이 너무 달라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일부 스토어는 검수 과정에서 제출한 스크린샷, 게임이 지나치게 상이한 경우 앱을 스토어에 등록할 수 없게 막고 있다. 허위, 과장 광고가 이용자의 신뢰를 좀먹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스크린샷에 광고 문구, 게임과 무관한 장식이 지나치게 많아도 안 된다. 요컨대 퍼블리셔는 어떻게 하면 서비스 중인 게임의 매력을 최소한의 리터칭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
PC 게임이라면 스토어 역할을 하는 공식 홈페이지, 런처 구성 등을 신경 써야겠다.
3. 첫 플레이
플랫폼에 따라 첫 플레이 시점이 다를 수 있다.
보통 PC 게임의 첫 플레이는 게임을 실행해 튜토리얼을 경험하고 주요 콘텐츠를 가볍게 맛보는 것이다. 가령 메이플스토리 암허스트에서는 이런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자, Ctrl 키를 눌러 달팽이를 공격해봐. 이제 Z 키로 달팽이의 껍질을 획득할 수 있어."
메이플 용사들이 방학 철마다 대규모 업데이트에 홀리듯 복귀해 반복 수강하고 있는 이 수업이 누군가에게는 귀중한 첫 플레이인 셈.
모바일 게임의 첫 플레이는 대부분 앱 설치 중 이루어진다.
"아하, 설치가 오래 걸리면 기다리는 사람들이 지루하고 힘들까 봐 배려 차원에서 즐길 거리를 추가했구나."
하였다면 반은 맞고 반은 들리다.
현재 많은 모바일 게임은 앱 설치 과정을 전략적으로 활용 중이고 개중에는 앞의 추론처럼 순수하게 플레이어의 즐거움을 바란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러한 사정 때문이 아닐까.
[인용 1] 애플 앱 스토어 반려(리젝) 사례
Guideline 4.2.3 - Design - Minimum Functionality
Your app did not include sufficient content in the binary for the app to function at launch, and we were required to download or unpack additional resources before we could use it.
Next Steps
To resolve this issue, please revise your app to ensure that users can use the app on launch without needing to download or unpack additional resources.
이용자가 앱을 설치했으면 바로 쓸 수 있게 해야지 추가로 데이터를 내려받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기준을 지키지 않는 경우, 퍼블리셔는 스토어를 통해 앱을 서비스할 수 없다. 이에 게임사는 몇 가지 묘안을 내어놓았고 그중 일부는 첫 플레이 경험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표 1] 모바일 게임의 첫 플레이 경험 예시
구분 | 상세 | 강점 | 관련 작품 |
사진, 영상 삽입 | - 설치 중 게임에 관한 볼거리 노출 - 이미 광고, 보도 자료 배포를 위해 제작한 소재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공수 적음 |
- 세계관, 주요 콘텐츠, 직업(클래스) 등 어필을 통한 기대감 조성 | |
미니 게임 추가 | - 간단한 오락거리 제공 | - 플레이어가 지루함 없이 설치 과정을 즐길 수 있음 | |
튜토리얼 제공 | - 기본적인 조작 방법을 알려주며 플레이어가 게임 일부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함 | - 플레이어 적응에 도움 - 독특한 분위기, 창의적인 전투 방식 등 퍼블리셔가 강조하고 싶은 요소를 한 데 모아 빨리 인상을 남기기에 용이 |
덧붙이자면 피팅 모델이 휴대전화로 전신 거울을 촬영한 사진에 타사 기기가 찍혀 반려된 쇼핑몰 앱 등, 리젝 사유는 무궁무진. 스토어의 심사 기준을 더 알고 싶다면 [▶ App Store 심사 지침 - Apple Developer]를 들여다보자.
칠대죄 케이스 스터디
1. 진입 전
나는 최근 우연한 기회로 원작을 접한 후, 여운을 달래기 위해 게임을 찾아본 케이스다. 만약 게임이 IP만 믿고 그저 그렇게 만들어졌었더라면, 단타성으로 초반 매출을 바짝 당기고 이후 상위 1% 플레이어만 신경 쓰고 있었다면 아마 이 게임이 존재 자체를 몰랐거나 후발 주자가 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칠대죄에 대한 내 인상은 꽤나 좋은 편이었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웰메이드라는 인식이 있었다. 칠대죄가 서비스를 막 시작했을 때 각종 게임 커뮤니티 이용자뿐만 아니라, 주변 비업계인도 입이 마르도록 칠대죄를 칭찬했다. 그래서 막연히 그런 게임이 있구나, 잘 만들었나 보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다.
끈기 있어 보이기도 했다. 게임이 안정 궤도에 오르면 담당 인원을 축소하는 경우가 많다. 치명적인 버그, 오류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오픈 마케팅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플레이어가 빠져나가 부하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 기업 입장에서야 지당한 이야기지만, 이 때문에 연식이 좀 있는 게임은 문제 대응이나 신규 콘텐츠 업데이트 등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칠대죄는 좀 달랐다. 꾸준한 업데이트, 다양한 이벤트, 수시로 진행되는 콜라보레이션과 그에 따른 영웅 추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눌러 담아 피력한 서비스 1주년 맞이 인터뷰 기사까지. 이 정도면 믿고 시작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2. 진입
막상 진입하려니 아쉬운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이용자는 '설치' 버튼부터 누르겠지만, 아래 부분을 보완하면 신중한 이용자에게도 믿음을 줄 수 있디 않을까?
- 새로운 기능: '더 보기'하기 전 노출되는 내용은 게임을 막 시작하려는 신규 플레이어, 업데이트 내용을 확인하러 온 기존 플레이어를 설레게 해야 한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골머리 앓던 문제를 해결해 기쁠 수 있지만, 플레이어 사이드에서는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상식이므로 '오류 해결'이 첫 줄에 오는 소개문은 바람직하지 않다.
- 게임 소개
- 캐치프라이즈: '2019년 넷마블의 초대형 기대작 RPG!' 작년에는 먹혔을 것이다.
- 관련 페이지: 과거 사전 등록 사이트였던 곳은 브랜드 페이지로 탈바꿈했다. '사전 등록 사이트'라는 이름도, '최신 정보를 확인하러 가보자!'라는 소개도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공식 카페 링크까지 포럼 URL로 수정된다면 더욱 좋겠다.
- 소개 어셋: 칠대죄는 세로 모드가 기본인 만큼 가로 영상 양 옆에 검은 띠를 넣어 영상을 만드는 대신, 세로로 촬영했다면 깔끔한 그래픽과 다양한 요소들이 보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 영역에도 서비스 시작 시 스크린샷을 그대로 걸어두는 대신, 최근 출시된 할로윈 코스튬을 보여주고 이벤트를 담는다면 이목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평점 및 리뷰: 플레이어의 댓글은 오늘도 추가되었는데 가장 최근 대응이 작년 8월이다. 현재 평점이 4.0점 이상으로 안정적이고 모든 댓글에 반응하긴 어렵겠지만, 한눈에 들어오는 관련성 순 1페이지 정도는 관리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3. 첫 플레이
첫 플레이는 진입 단계에서 느낀 실망을 단번에 날려버릴 만큼 만족스러웠다.
아래는 평가 시 사용했던 기준.
[표 2] 칠대죄 첫 플레이 소감
문항 | 평가 |
빠르게 이목을 끌었는가 | O |
매력적인 서사를 입혔는가 | O |
흥미로운 단기 목표로 도전 의식을 만들었는가 | X |
독창성을 보여주었는가 | O |
장기 목표를 제시하였는가 | O |
(1) 놀랄 만큼 정교한 표현
설치 중 컷씬이 재생될 때, 애니메이션을 틀어주나 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애니메이션 속 장면을 3D로 재현한 것이었다. 캐릭터의 표정과 행동, 카메라의 움직임을 몇 번이고 살펴보고 애니메이션에 미처 담기지 않은 소품, 배경, 여러 요소 간 상호작용(광원, 물리 법칙 등)까지 고려하지 않고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노력의 결실이었다.
(2) 긴 튜토리얼, 손쉬운 전투
컷씬을 보다 보면 첫 전투가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스킬 사용 방법 등을 익힐 수 있었다. 많은 턴제 게임이 스킬을 사전에 세팅한 뒤 관망하는 식이라면 칠대죄는 각 캐릭터가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무작위로 등장하여 이를 조합하는 식이었는데 여러 스킬을 밀고 합치는 재미가 쏠쏠했다.
첫 전투부터 플레이어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너무 쉬워 긴장감이 없었던 건 다소 아쉬운 부분. 이후에도 컷씬, 전투가 번갈아가며 이어졌다.
10분 정도 더 흐르니 적응이 되어 슬슬 다른 콘텐츠를 돌아볼 수 있겠구나 싶었지만, 20여 분 넘게 튜토리얼을 벗어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스크립트까지 길어 피로함도 배가됐다. 플레이어의 '짬바'를 믿고 일부 구간을 쳐내든 가이드를 분할 제시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3) 수집형 게임의 꽃, 뽑기
첫 뽑기부터 SSR 영웅을 준다. 리세마라*로 인한 PLC 단축보다 첫 뽑기의 짜릿함을 택한 것. 개인적으로는 뭐라도 손에 쥐어본 게 있어야 더 가지고 싶기 때문에 뼈를 주고 살을 취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칠대죄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신규 영웅을 출시하고 있는 데다 필히 여러 영웅을 영입해야 하는 구조를 취했기 때문에 타격도 미미할 거고.
천장** 방식도 흔한 듯 특이하다. 영웅을 10번 뽑으면 SSR 영웅 1명을 무조건 지급한다. 여기까진 무척 혜자스럽지만 (가디언 테일즈는 영웅 뽑기 30회 누적 시 계정 당 1회에 한해 유니크 영웅을 1명 영입할 수 있다. (총 영웅 수도 고려해야겠지만.) 이마저도 없는 게임이 수두룩하다.) 약간 뻔해 보이기도 한다. 주목할 부분은 영웅 10명을 불러내는 과정에서 운 좋게 SSR 영웅을 획득하더라도 진척도가 초기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흡족했지만, 퍼블리셔에게는 득이 클지, 실이 클지 궁금했다.
* 리셋 마라톤의 일본식 줄임말. 도입부에서 무료 뽑기를 제공하는 경우, 일부 플레이어가 원하는 결과(희귀한 캐릭터, 아이템 등)를 얻기 위해 계정 생성과 튜토리얼을 반복하는 것.
** 진귀한 아이템 획득에 필요한 노력의 최대치를 정해두는 방식.
(4) 지원 영웅(용병)의 유혹
원작에서 '발로르의 마안'이라는 귀고리를 착용하면 드래곤볼의 스카우터를 장착한 것처럼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확인할 수 있다. 이 강함의 척도를 '투급'이라고 한다. 칠대죄에서도 플레이어가 전투를 시작하기 전, 내 영웅들의 투급과 상대방의 투급을 보여준다.
내 영웅들의 투급이 낮으면 공격, 방어가 수월하지 않고 선제공격 기회도 빼앗긴다. 내 힘만으로 버거 워보이는 전투와 맞닥뜨릴 때, 칠대죄는 지원 영웅을 넌지시 제시한다. 다른 플레이어가 키운 캐릭터를 잠시 빌려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스토리를 막힘 없이 풀어낼 수 있는 데다, 지원 영웅을 배치할 시 획득할 수 있는 '우정 코인'까지 얻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시스템이다.
지원 영웅은 퍼블리셔에게도 이롭다. 플레이어가 난관에 부딪혀 게임에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고 청사진을 그려보게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유 중인 영웅의 레벨, 등급을 높이면 나도 더욱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할 수 있겠구나."
"빌려 쓴 이 영웅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나도 꼭 획득해야지."
이런 식으로.
일부 스테이지에서는 스토리에 맞춰 특정 영웅을 꼭 편성해야 하거나(필요 영웅) 배치할 수 없는 경우(편성 불가)도 있다. 이는 원작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여 플레이어가 게임에 푹 빠지도록 하는 효과도 있지만, 지원 영웅 의존도를 높여 성장 및 미보유 영웅 획득의 욕구를 자극하고자 하는 면도 있을 것이다.
(5) 기대 이상의 볼륨
컷씬, 전투, 인물 간 대화만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직접 마을에 진입하여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퀘스트를 받을 수 있어 무척 신선했다. 원작 속 다양한 공간을 직접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콘텐츠 분석은 [▶ 일곱 개의 대죄: GRAND CROSS - 콘텐츠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