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저자 ㅣ 김난도 외 9인
출판사 ㅣ 미래의창
출간일 ㅣ 2021/10/06(화)
후기 ㅣ ★★★☆ (7.0)
총평
종잡을 수 없이 격변하는 시장, 매번 찾게 되는 조언자.
작년 [▶ [북 리뷰]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저자가 제시한 키워드를 한 개씩 늘어놓고 각각에 대한 코멘트를 남겼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특히 와닿았던 구절, 단어 몇 개와 전반적인 감상을 적어보려 한다. 저자가 책의 메시지를 허락 없이 퍼뜨리질 않길 바란다 말한 것은 차처 하더라도 "최근 뚜렷한 경향이라고 자신 있게 기록해둘 만한 게 있을까?" 싶어서.
두문자를 어거지로 끼워 맞춘다며 툴툴거리긴 해도 매년 찾아 읽는 책인 만큼 통찰이 부족했다는 건 아니고…… 😅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그런 것 같다. 개인의 색채가 더할 나위 없이 강해진 '나노사회'에서 거대한 흐름은 힘을 못 쓰고 있지 않나.
그럼에도 저자는 '머니러시', '특템력', '실재감테크' 등 꽤 납득 가능한 신호를 잡아냈다. 나아가 미래를 예측하며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글은 그러한 요소들에 대한 개인적 단상이다.
문장 수집
모두가 이런저런 흐름에 쏠려 다니는 혼탁한 세상에서 자신만의 '한 우물'을 파는 것은 여전히 존경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제의 일을 오늘도 답습해도 된다는 타성의 변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얼마 전 [▶ '스승은 유튜브, 비서는 AI… 단 생각은 네가 하라' 송길영]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이 칼럼은 트렌드 코리아의 주제를 관통하는 글인 동시에 완전히 상반된 메시지를 던지는 글이기도 하다.
트렌드 코리아는 매해 트렌드를 들여다보고 앞으로의 경향성을 예측하는 책이다. 반면 칼럼은 뜬구름 같은 트렌드를 찾아 헤매기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돌아보길 권한다.
그런 책과 칼럼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면 ① 최근 취향의 미세화(개인화)가 강하게 관측되고 있고 ② 이럴 때일 수록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으며 ③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도구들은 개개인에게 큰 힘이 되겠지만, 도구에 기대기만 하면 스스로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하는 힘이 약해져 경쟁력을 상실하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어떤 사람에게 트렌드란 정량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리한 사회의 흐름일 수 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소위 있어보이는 말로 포장한 속 빈 강정일 수도 있고.
그러나 트렌드에 대한 관점이 어찌되었든 책과 칼럼이 이야기하듯 개인 그 자체, 개인의 족적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발전적인 삶을 위해서든 커리어적 만족을 위해서든 나 자신은 물론이고 고객 한 명 한 명에 대한 고찰을 계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누군가 그러더라. 인생에 없는 게 세 개 있는데 공짜, 비밀, 정답이라고. 정해진 답이 어디 있겠냐만은, 후회 없는 2022년을 보내기 위해 늘 사람에 대해 고민하고 정량적/정성적인 데이터를 두루 살피며 작아도 새롭고 의미 있는 시도와 성취들을 해나가야지.
키워드 및 코멘트
1. 나노사회
한국 사회가 파편화되고 있다. 공동체가 개인으로 조각조각 부스러져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중략) 나노사회 트렌드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관찰되는 여러 변화의 근인이다.
타인에 무관심한 사회, 가정마저도 분해되는 사회.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이긴 한다. 저자는 챕터 끝자락에서 "휴머니즘을 지향해야 한다." 주장하기도 했고.
내 생각에 파편화는 그냥 파편화다. 선도 악도 없는. 팬데믹이 사람 사이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가로막긴 하였으나, 보편성을 부르짖는 형이상학적 관념론이 힘을 잃기 시작한 건 1세기도 더 된 이야기다. 파편화는 누군가 모종의 의도를 가지고 개입해 생긴 일이 아니라, 진행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을 뿐 어차피 일어났을 (그리고 앞으로 더욱 심화될) 현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공감되는 부분도 있다. 저자의 표현처럼 나노사회에 만연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누구든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아무것도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동반한다. 불안을 안고 도약한 개인은 달콤한 성공을 거머쥘 수도 실패의 쓴맛을 볼 수도 있다. 나노사회는 그런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각자의 몫으로 돌린다. 그렇다면 나노사회는 개인에게 평등한 기회, 과정을 보장하고 있는가? 그렇진 않다. 당장 내가 느끼는 불안의 무게와 옆 사람이 느끼는 불안의 무게도 다를 텐데. 이런 상황에서 결과만 놓고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손가락질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인류애 가득한 시선으로 보자면 도의적으로 옳지 않기 때문이고 감정을 빼고 셈하면 터무니없이 멍청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나노사회라는 트렌드를 주시하고 나와 내 주변을 관심 있게 살피며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재고해보아여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2. 득템력
값비싼 브랜드 제품이 아니라, 갖기 어려운 아이템을 누가 얻는가가 과시와 차별화의 요소가 되고있다. (중략) 상품 과잉의 시대, 돈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현대판 '구별 짓기' 경쟁이 시작됐다.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자주 들리는 단어, 바로 MZ세대…… 😑 를 잡기 위한 이색 상품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부유층이나 특정 브랜드 열성 팬의 전유물 취급받던 한정 문화가 어느덧 대중의 즐길거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예컨대 작년 5월 벤앤제리스와 나이키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나이키 SB 덩크 로우 '청키 덩키'는 129,000원에 발매돼 온라인 추첨 방식으로 판매됐다. 그리고 3일 후 확인된 리셀가는 무려 1,628% 상승한 2,100,000원! 비록 경쟁률이 공시되진 않았지만, 어마무시하게 치솟은 가격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신발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가치 있다고 판단하였는지 짐작케 한다.
책을 접하기 전까진 단순히 ① 있는 사람은 언제나처럼 사치재를 통해 자신을 과시할 것이고 ② 이를 손에 넣을 수 없는 대중은 겉모습만 그럴싸한 열등재로 한풀이를 하나보다 했다. 나는 물욕이 그닥 강하지 않은 편이라 "모두 참 열심히 사는구나." 하며 강 건너 불구경 중이었다. 그런데 ① 돈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은 또 다른 경지의 사치품이 되었고 ② 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득템력'을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며 ③ 이를 틈타 되팔이로 재테크를 하는 사람이 생겨났고 ④ 기업은 뒤에서 빙긋 웃고 있다는 분석을 보며 조금 놀랐다. 내가 대수롭지 않게 여긴 일에서도 누군가는 기회(획득의 즐거움, 과시의 보람, 직간접적 수익)를 창출하고 있구나 싶어서.
만약 청키 덩키를 별도 안내 시까지 무한정 판매하는 상시 상품으로 제공하였다면 이런 광풍은 없었겠지. 같은 물건이라도 달라 보이게,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고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프로젝트 오너와 마케터들 새삼 대단하다. 주위 소식을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기보다 "어떻게 하면 나에게 이로울 수 있을까." 한 번 더 생각하는 개인도 멋지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게임 속 한정, 마일리지 아이템을 어떻게 꾸미면 이런 효과를 낼 수 있을까?
3. 실재감테크
'언택트'가 일상의 당연한 일부로 자리 잡은 시대,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완전한 실재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기술, '실재감테크'가 소비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핵심 기술로 대두하고 있다. (중략) 실재감테크를 비즈니스에 적용하려면 소비자가 그 안에 들어가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마련해야 하고, 기술 속에서 자기 비즈니스를 어떻게 느끼게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진솔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실재감테크를 잘 적용한 사례로 로스트아크가 소개돼 상당히 반가웠다. 저자는 로스트아크가 작년 맘스터치와 진행한 콜라보레이션을 예로 들었다. 플레이어가 게임 속 맘스터치 매장에서 가상의 치킨 세트를 먹으면 캐릭터에게 이로운 효과가 부여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비슷한 메뉴를 실제로 먹을 수 있게 해 흥미로웠다는 것.
사실 이 정도 콜라보레이션이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로스크아크와 맘스터치의 협업이 더욱 의미 있었던 것은 단순히 메뉴 출시 → 쿠폰 제공 → 아이템 지급에 그치지 않고 ① 플레이어가 마치 맘스터치에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 ② 엄마의 마음으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조리한다는 맘스터치의 브랜드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치 있는 퀘스트를 제공한 것 ③ 상품 판매 수익을 기부해 게임을 즐기면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다는 자부심을 고취한 것 ④ 상품을 구매하지 않은 플레이어까지 추첨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게 하고 경품으로 게임 굿즈와 맘스터치 상품권을 지급하여 전환까지 노려본 것이라 하겠다.
[그림 1] 좌측은 맘스터치에서 만나볼 수 있는 '모코코 맘스 세트'와 쿠폰 구성에 대한 설명, 우측은 로스트아크에서 체험할 수 있는 '든든한 엄마의 손길' 이벤트 및 보상에 대한 설명이다.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상세한 사항은 [▶ 모코코 맘스 세트 출시 이벤트] 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적당한 보상만 있다면 고객이 움직일 거라는 일차원적인 생각에 그치지 말고 소재의 힘을 극대화 하는 법을 끊임 없이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