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시니어라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주니어 티는 가까스로 벗은 이른바 '중니어'가 되었다. 이제 직급도 대리님이 아닌 과장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에 푹 빠져 살던 철부지를 어엿한 사회인으로 만들어 준 시대와 시장, 그리고 게이머들에게 고맙다.
올해는 내가 누린 것을 환원하고 선후배 및 동료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 그 결과 내가 비교적 자신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강화하는 동시에 취약한 기획 및 개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돌이켜보니 만족스러움과 아쉬움이 공존한다.
먼저 따뜻하고 배려심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유관 부서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때때로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 앞서 프로답게 대처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정말 부끄럽게도 선배님께서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연구해 보라고 조언해 주시기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이야기를 꺼내기 불편하셨을 텐데 정말 감사하다 🥹) 체력이 곧 실력이라는 말처럼 최근 몇 년간 운동을 소홀히 한 것이 신경과민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 건강 관리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독서와 공부를 통해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책 한 권 읽고 자격증 하나 취득했다고 해서 업무 역량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은 아니기에 극적인 변화를 체감하진 못했지만, 작은 노력이 모여 큰 결실을 맺으리라 믿고 계속해서 정진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계속!
프로젝트
담당 중인 프로젝트에 몸담은 지 어느덧 4년이 지났다. 업계의 암묵적인 이직 간격이 3년에서 5년인 만큼, 슬슬 고이기 쉬운 타이밍이기도 하다.
이에 2023년 회고와 2024년 다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정체하지 않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려 노력했고 여러 도전이 한순간의 반짝임으로 끝나지 않도록 신경 썼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일을 벌이고 장기적으로 끌고 가려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인 것 같다. 웃프지만 내년 슬로건은 '건강한 몸, 건강한 마음'으로 정했다…….
- 프라이싱: 배틀 패스를 전담하며 성장 아이템과 치장 아이템 판매를 보조하는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언제 공백이 생기더라도 백업이 가능하도록 다른 분들의 업무도 내 일처럼 더블 체크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 신규 피처 제안: 유저에게 활력을 선사하고 게임의 수명을 늘려줄 판매 거리, 판매 수단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것들이 우선 순위 때문에 홀드 되었지만, 일일 상점에 할인 상품과 정가 상품을 병렬 진열하여 유저가 갱신을 기대하고 상점에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피처는 도입 완료되었다.
- 기존 피처 개선: 유저가 보다 편안하게 상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크고 작은 보완을 진행하였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검색 기능이 상품 이름을 기준으로만 작동했다. 그래서 상품 이름이 '종합 선물 세트'인 경우, 해당 상품에 필요로 하는 아이템이 포함되어 있어도 찾을 수 없었다. 이제는 검색 기능이 상품 이름과 구성품 이름을 기준으로 작동한다. 또한 상점에서 프리뷰가 지원되지 않아 구매 후에야 자세한 외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일부 아이템군을 미리 볼 수 있게 하였다. 비록 매출로 직결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게임의 본질은 즐거운 경험이며 구매 또한 쉽고 편안한 경험이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니, 앞으로도 꾸준히 고쳐 나가야겠다. 1
- 유관 부서 업무 인계: 다른 부서의 업무 중 장기적으로 내가 처리하면 좋을 것들을 가져왔다. 잠깐 힘들었지만 이제는 손에 익어 오히려 좋?아
- 법무, 정책 대응: 외부 기관을 통해 접수된 민원이 원만하게 마무리되었다. 상반기 뜨거운 감자였던 확률 정보 공개에 관한 걱정이 깊어 타사 사례 조사, 어드민 및 공식 홈페이지 페이지 기획, 공지 필요 항목 및 방식 리스팅 등 다양한 측면을 강박적으로 챙겼는데 나름 순조롭게 지나가 한숨 돌렸다. PM으로 전직하며 GM, CM으로서의 경력이 쓸모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걱정 중 96%가 무의미하다던가. GM, CM으로 일해본 적 없었더라면 갑작스러운 법무 및 정책 이슈에 훨씬 허둥지둥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나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자기 계발
달성하지 못한 목표도 있으나, 달성한 목표가 더 많다. 올해의 나 칭찬해 😇
- Keep: 잘하고 있는 것, 계속 유지할 것.
- 게임 플레이: 목표는 콘솔 게임을 1종 이상 클리어하는 것이었고 실제로는 3종 클리어했다. <발더스 게이트 3>, <데이브 더 다이버>,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의 엔딩을 봤으며 얼마 전에는 스텔라 블레이드를 시작했다. 여러 게임을 적극 권해주고 함께 즐겨주는 동거인 덕분이다. 다들 결혼하세요.
- 게임 리뷰: 목표는 PC 또는 모바일 게임을 3종 이상 분석하는 것이었고 실제로는 6종 분석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경우 <세븐나이츠 키우기>,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운빨존많겜>, <호연>, <카피바라 Go!> 중 원하시는 포스팅을 살펴봐주시면 감사하겠다. 그 밖에 버섯커 키우기와 쿠키런: 모험의 탑 후기는 현생 문제로 쓰다 말았다. 그냥 지워버리기 아까우니 아래에 첨부하겠다.
- 경력기술서 작성: 작년에 업데이트한 포트폴리오에 맞춰 경력기술서를 아래와 같이 제작했다. 취업 준비생 시절에는 쓸 말이 없어 힘들었는데 어느덧 한 장을 꽉 채울 수 있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아울러 목표에는 없었지만, 계정만 만들어두었던 링크드인 프로필을 손보았다. 놀랍게도 전 세계인이 동경하는 기업에서 콜드 레터를 받기도 했는데 언어 능력이 채용 담당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 같아 고사했다. 그 후 며칠 동안 아쉬움에 몸져누웠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에는 영어를 아주 부숴버릴 것이다.
▲ 좌측부터 경력기술서, 포트폴리오.
- Problem: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변화가 필요한 것.
- 도서 리뷰: 목표는 책을 월 1종이상 리뷰하는 것이었고 실제로는 4종 리뷰했다. 리뷰 대상이 아닌 수험서에 할애하는 시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리뷰 대상으로는 묵직한 전문서만 고르다 보니 손이 덜 간 탓도 있다. 필요한 공부는 제때 하고 여가로서의 독서가 가능하도록 보다 가벼운 책을 찾아봐야겠다.
- 아티클 리뷰: 목표는 아티클을 월 1종 이상 번역하는 것이었고 실제로는 3종 번역했다. 게임에 집중한 것 자체는 좋았지만, 직접 플레이만으로는 분석의 양이나 깊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간접 플레이 역시 중요한데 그 비중을 조절하지 못해 아쉽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작년까지 아티클 번역이라는 목표에 걸맞게 '글'에만 집중했다면 올해 '영상'도 리뷰의 범주에 포함하여 배움의 폭을 넓히려 시도했다는 점이다. 2
- 자격증 취득: 아슬아슬하게 12월 SQLD 시험에 응시했고 합격했다. 다행히 불합격의 쓴 맛은 보지 않았지만, 분명 3월을 목표로 했는데 늦어도 한참 늦었다.
- Try: 잘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시도할 것.
- MBA 도전: 팀에서 막내인 내가 회사에서 과장이 되어버렸다. 써놓고 보니 이세계물 제목 같군. 당장 관리자가 될 일은 없어도 보다 넓은 시야, 전문성, 네트워킹을 갖출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오래도록 고민한 MBA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 공인 영어 시험 응시: 졸업 후 외국어를 사용할 만한 일이 많지 않아 언어에 신경 쓰지 않았던 게 참 아쉽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더라도 부딪혀보는 걸로!
내년에는
내년 목표는 아래와 같다. 아카데믹한 시도가 새롭게 추가되어 기존 게임, 도서, 아티클 리뷰 목표치를 조절했다.
- [건강] 주 3일 이상 운동
- [커리어] MBA 또는 PMP 합격
- [커리어] 토익 800점 달성
- [전문성] 콘솔 게임 1종 이상 클리어
- [전문성] 데스크톱 게임 또는 모바일 게임 3종 이상 리뷰
- [전문성] 책 4권 이상 리뷰
- [전문성] 아티클 3편 이상 번역
모두 즐겁고 보람찬 연말연시 보내시길!
버섯커 키우기
<버섯커 키우기>는 게이머가 방치형 RPG에 기대하는 요소를 한 데 모아둔 게임이다.
① 희박한 확률을 뚫고 새로운 캐릭터, 아이템, 기술 등을 얻는 쾌감 ② 이전에는 탐험하지 못했던 지역으로 나아가는 캐릭터를 보는 보람 ③ 다른 플레이어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재미는 기본이요 ④ 나의 농장에서 작물을 키우고 다른 플레이어의 농장에서 작물을 훔치는 SNG 같은 면도 지니고 있다.
단순히 모아두었다고만 하면 섭섭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건 몰라도 획득의 쾌감은 그간 플레이해본 방치형 RPG 중에서도 손에 꼽았기 때문이다.
<버섯커 키우기>의 뽑기는 크게 ① 장비 뽑기(램프 점등), ② 스킬 소환, ③ 동료 소환으로 나뉜다. ②, ③은 통상적인 뽑기다. 뽑기에 필요한 재화를 모아서 상점 내 관련 메뉴에 진입한 후 뽑기 버튼을 터치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식.
특이한 건 ①이다. <버섯커 키우기>에서는 캐릭터가 몬스터를 잡도록 내버려 두면 램프를 획득할 수 있다. 램프는 획득 시 (자동 점등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 메인 화면에서 바로 사용된다. 따라서 게이머는 게임이 켜져 있는 동안 별다른 조작 없이도 쉴 틈 없이 뽑기를 경험한다. 즉 상점에 들를 필요 없이 게임 화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불확실성이 뿜어내는 도파민을 느낄 수 있는 것.
▲ 순서대로 램프 점등 시도 및 결과, 스킬 소환 시도 및 결과 화면. 전자는 스테이지에서 곧장, 후자는 상점 내에서 진행된다.
그래서 이 게임이 1020을 겨냥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보통 방치형 RPG는 현생에 치이는 중에도 게임만은 포기할 수 없는 3040을 타겟팅하곤 했다. 그런데 <버섯커 키우기>는 조금 다르다.
무엇보다 캐릭터를 내버려 두어도 재화와 아이템을 획득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전제는 같지만, 이따금 변화를 확인하며 큰 방향성을 잡아가는 관리의 재미보다 실시간으로 점등되는 램프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죽이는 시청의 재미가 도드라진다. 자동 점등 조건에 맞는 아이템이 나왔을 때 해당 아이템을 장착하거나 판매하기 전까지 점등이 일시 중지되기 때문에 잠시라도 게임에서 눈을 떼면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램프를 과금 없이도 넉넉하게 얻을 수 있는 점, 점등 주기가 3초 정도로 매우 빠른 점 역시 과금력은 비교적 약하지만 충성도는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으면서 숏폼 콘텐츠가 주는 즉각적 자극이 익숙한 1020에 꼭 알맞아 보인다. SNS처럼 글, 사진을 업로드하고 댓글로 감상을 나눌 수 있는 머쉬룸을 보면서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교류와 만남에 친숙한 1020이 떠오르더라.
그래서인지 어느덧 3040이 된……🙃 내 취향은 아니었다.
플레이어에게 흥미를 선사하기 위한 그 어떤 고민도 느껴지지 않는 콘텐츠, 장난스러움과 무성의함 사이 어딘가에 놓여있는 아트, 세계관이고 개연성이고 할 것 없이 플레이어를 게임에 냅다 집어던지는 흐름, 이와 대조적으로 촘촘한 과금 모델 모두 실망스러웠달까.
이 게임이 각종 차트를 휩쓸고 있는 건 어쩌면 대세가 변하고 있음을 뜻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게임이 하나의 문화로써 신선한 룰, 아름답고 개성 있는 표현, 생동감 넘치는 세계관을 품고 있길 바란다.
쿠키런: 모험의 탑
쿠키를 뽑고 육성하여 더 어려운 지역, 더 강력한 적에 도전하는 게임.
<쿠키런: 모험의 탑>은 쿠키를 뽑은 뒤 콘텐츠를 즐기고 획득한 아이템으로 쿠키를 육성하여 보다 수준 높은 콘텐츠에 도전하는 순환 구조를 띠고 있다.
쿠키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로써 각기 다른 ① 등급*, ② 속성**, ③ 역할***, ④ 공격 타입****을 타고 난다. 등급은 보통 높을수록 좋지만, 콘텐츠에 따라 유리한 속성과 역할이 달라 다방면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가능한 많은 쿠키를 뽑아야 한다.
캐릭터 수집 요소가 있는 게임이 대개 그러하듯 본 작품에서도 동일한 쿠키를 거듭 획득할 경우, 해당 쿠키를 재료로 사용하여 쿠키를 ★1에서 ★5까지 성장(승급)시킬 수 있다.
아티팩트 뽑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아티팩트는 장비의 일종으로 착용한 쿠키의 능력치를 증폭시키는 것은 물론 조건부 발생하는 고유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
유용한 쿠키, 아티팩트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크게 ① 스토리 모드, ② 레이드 모드, ③ 유리 미궁, ④ 성장 던전, ⑤ 탑의 균열로 나뉜다. "모든 쿠키는 이동, 대시 능력을 지니고 있고 기본 공격, 특수 스킬,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다"라는 규칙 아래 탐험, 전투, 타임 어택, 디펜스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를 두어 낯설지 않으면서도 신선한 인상을 준다.
개인적으로 숨겨진 길을 수색하거나 수상한 장치를 작동시켜 곰젤리와 보물 상자를 찾는 것, 별 미션을 달성해 추가 보상을 획득하는 것이 특히 재미있었다. 기믹이 흥미로우면서도 파훼하기 어렵지 않아서 레벨 디자인에 무척 공을 들인 듯했다.
일부 콘텐츠는 친구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데 내가 이미 해당 난이도를 클리어한 상태라면 입장 재화가 차감되지 않는다. 유저가 멀티 플레이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을 사전에 차단한 점이 인상 깊다.
다만, PC 클라이언트를 구글 플레이 게임 베타로 실행하면 싱글 플레이조차 가능하지 않을 정도의 프레임 드롭이 발생하는 건 무척 아쉽다. 모바일 기기에서의 발열도 상당하다. 에뮬레이터의 힘을 빌자니 채굴 앱 침투가 걱정스럽고 흠 🥲
이외에 콘텐츠의 종류는 많지만 난이도가 높지 않아 할 거리가 금세 사라지는 점, 스토리가 유아용 동화 같아 주요 타깃인 1020 세대의 눈높이와 다소 거리가 있는 점, 게임을 어느 정도 플레이하고 나면 뽑기권과 크리스탈이 메말라 탈력이 생기는 점, 레이드 보상 배분이 기여도와 무관하여 의욕이 저하되는 점 등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 등급: 커먼, 레어, 에픽 중 1종.
** 속성: 불, 물, 대지, 바람, 빛, 어둠 중 1종. 콘텐츠별 추천 속성에 맞는 쿠키를 사용하면 적에게 더욱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또 속성 표식이 있는 적을 해당 속성으로 공격하면 강타 게이지가 충전되는데 강타 게이지를 모두 채우면 속성 강타가 발동된다.
*** 역할: 스트라이커, 대미지 딜러, 서포터 중 1종. 스트라이커는 적에게 속성 표식을 만드는 역할이다. 대미지 딜러는 여러 스킬로 적에게 피해를 주며 강타 게이지를 채우는 데 주력한다. 서포터는 회복, 버프, 보호막 등을 통해 아군을 보호하고 적을 약화시킨다.
**** 공격 타입: 타격형, 베기형, 마법형, 사격형, 지원형 중 1종. 공격 타입에 맞는 아티팩트를 착용하면 고유 능력이 활성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