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저자 ㅣ 존 야블론스키
출판사 ㅣ 책만
출간일 ㅣ 2020/09/15(화)
후기 ㅣ ★★★★ (8.0)
총평
다른 책이 잘 나가는 웹 사이트와 앱의 UX/UI를 분석할 때, 그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에 주목하는 책.
어떻게 보면 다소 원론적이기 때문에 당장 작업물을 내어놓아야 하는 웹 기획자나 디자이너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10년 전 입체적이고 구체적인 디자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과 달리, 현재 평면적이면서도 간결한 스타일이 대세가 된 것처럼 유행은 꾸준히 변한다. 다른 웹 사이트나 앱을 모방하는 건 효율적으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사용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좋은 디자인에 관한 철학을 정립하기 어렵고 결국 창조, 선도와 멀어져 남을 따라 하는 데에만 급급해질 수 있다.
본서는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그들이 웹 사이트, 앱을 이용하며 느낄 생각이나 감정을 심리학 법칙을 통해 설명한다. 유행은 순식간에 그 모습을 바꾸지만,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책은 웹 기획자, 디자이너, 그 밖에 사용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는 모든 이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동시에 한 번 참고하고 버려질 지식이 아니라, 오래도록 곱씹고 이용할 수 있는 지혜를 담고 있는 셈.
아울러 설명이 자세하고 예시가 풍부하여 UX/UI 직군에 종사하지 않아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문장 수집
"영향력 있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면 화면 밖으로 나와서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고 정성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게임을 업으로 삼은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진 않았지만, 그간 정말 감사하게도 다채로운 일들을 맡아왔다. 운영 부문에 몸 담았을 때에는 정책 수립, 오퍼레이션 툴 기획 및 검수, 긴급 이슈 전파, 동향 보고, 시장 조사, 이벤트 기획, 사내 교육 자료 제작 같은 대내적인 업무부터 공지 작성, 커뮤니티 콘텐츠 제작, 게시판 관리, 고객센터 관리, 오프라인 행사 보조, 민원 대응 등 대외적인 업무까지 가리지 않고 했다. 최근에는 유료화 기획에 집중하고 있고.
얼핏 공통 분모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 일들은 단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바로 게임을 아껴주는 플레이어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주는 것.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타인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선사하려면 그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하였고 무엇을 선호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상대방에 관한 이해도가 전무하다면 페이지 뷰 수, 사용자 수, 세션 수, 클릭률, 전환율 등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하였다 한들 왜 그러한 결과가 나왔는지 바르게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너무나 추상적이고 측정하기 난해하기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나곤 한다.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믿어 의심치 않는 숫자를 만들어낸 건 수많은 사람인데 좀처럼 액정 너머에 있는 이들을 헤아리려 하지 않는다. 어느새 사용자는 가지각색의 이야기를 지닌 존재가 아니라 접속자 수 1, 플레이 타임 10분, 결제액 10,000원이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와중에 사용자의 마음을 헤아리려 시도한 것. 이게 내가 본서를 택한 이유다.
늘 사용자를 생각해야 하는 입장에서 여러 서비스를 보다 인간적으로 살펴보며 좋았거나 아쉬웠던 사례가 있었다면 단순히 '편했다', '별로였다'가 아니라 왜 마음에서 그러한 판단이 우러나게 되었고 향후 어떤 식으로 개선 내지 수정하면 좋을지 정리해두고 싶었는데 이런 면에서는 UX/UI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읽어볼 만한 책.
키워드 및 코멘트
1. 제이콥의 법칙
- 사용자는 익숙한 제품을 통해 구축한 기대치를 비슷해보이는 다른 제품에 투영한다.
- 기존의 멘탈 모델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새 모델을 익히지 않아도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뛰어난 사용자 경험이 완성된다.
- 멘탈 모델: 사용자가 제품을 이해하는 방식
- 구현 모델: 코드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구현되는 과정
- 표현 모델: 제품의 가면(디자인)을 통해 프로그램의 실제 구현 방식과 다르게 작동 방법을 설명하는 과정
2. 피츠의 법칙
- 터치 대상은 사용자가 정확하게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커야 한다.
- 터치 대상 사이에 충분한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 터치 대상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에 배치해야 한다.
미르 4를 플레이하며 느꼈던 내용. 미르 4의 버튼은 크기가 작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편이다. 여로모로 PC 서비스를 염두하여 개발했지만, 업계 흐름과 수익성을 고려하여 모바일로 급히 이식한 느낌.
3. 힉의 법칙
- 의사 결정 시간이 반응 시간에 큰 영향을 받을 때에는 선택지를 최소화하되, 추상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단순화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 추천 선택지를 강조해서 사용자의 부담을 줄여라.
- 인지 부하를 줄이려면 복잡한 작업을 잘게 나눠라.
4. 밀러의 법칙
- 보통 사람은 작업 기억에 7(±2)개 항목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 사용자가 쉽게 이해, 처리, 기억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작게 나눠 정리하라.
사전 등록자 400만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그랑사가. 올해 01월 26일(화)을 출시일로 낙점, 그랜드 오픈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 게임은 예약 페이지도 비범하다.
출시일 확인 및 영상 시청에 저해가 될만한 요소를 숨김 처리하였고 마우스 오버 시 관련 메뉴가 노출되는데 '사전 등록', '이벤트', '유니버스', '게임 소개', '컬래버레이션', '미디어' 등 굵직한 카테고리만 보인다. 해당 카테고리에 마우스를 올려두면 그때 상세한 내용이 나타나는 식. 예컨대 이벤트에 마우스를 가져다 대면 'SNS 공유', '카카오 이벤트', '커뮤니티 이벤트'가 드롭다운된다. 관련된 내용을 깔끔하게 묶어 모든 메뉴의 수가 매직 넘버 7을 초과하지 않도록 설계한 점이 인상 깊다.
5. 포스텔의 법칙
- 사용자가 어떤 동작, 입력을 하든지 공감하는 태도로 유연하고 관대하게 대처하라.
- 다양한 기능을 잘 예측하고 대비할 수록 디자인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
- 입력의 한계를 정의하고 사용자에게 명확한 피드백을 제공하라.
과거 모 게임의 커뮤니티 사이트 구축에 참여한 적 있다. 그 게임이 워낙 복잡하고 심오해 플레이어에게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자 만든 사이트였다. 그렇다 보니 검색 편의성을 높이고 풍부한 자료를 준비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사용자는 내가 의도한 대로만 검색하지 않았다. 예컨대 게임이 공식적으로 차용한 단어는 '생명력'인데 '체력', 'HP', '피' 등을 입력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연관 검색어 기능을 제안 및 추가하게 되었다. 사용자가 '체력'을 검색한 경우, 혹시 다음 게시물을 찾았느냐며 '생명력' 서치 결과를 제시하는 것. 그 결과, 론칭 전후 게임의 공식 워딩에 익숙하지 않은 여러 플레이어가 데드 엔드*에 도달하지 않았다.
* 막다른 길. 사용자가 아무런 액션도 할 수 없는 종착지. 사용자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도록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거나 브랜드의 개성, 유머를 녹여내즌 식으로 개선 가능하다.
6. 피크엔드 법칙
- 사람은 절정과 최후에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경험을 판단하므로 가장 강렬한 순간과 마지막 순간을 세심하게 신경 쓰자.
- 제품이 사용자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순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순간,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순간을 파악하라.
- 사람은 긍정적인 순간보다 부정적인 순간을 더 생생하게 기억한다.
일부 수집형 RPG는 비교적 높은 등급의 캐릭터, 장비를 획득하였을 때 마켓 리뷰를 유도한다. 피크 엔드 법칙에 따르면 사용자가 긍정적인 경험을 하였을 때.
개인적으로는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 오히려 리뷰하기 꺼려졌다. 앱 평가에 관한 신용도도 떨어졌으며 고작 쓸만한 캐릭터, 장비를 하나 얻은 걸 몹시 큰 행운이라 포장할 정도라면 확률이 얼마나 극악으로 설정되어 있는 걸까 싶어 게임에 대한 호감도가 반감되기도 했다 🙄
희소한 캐릭터, 장비를 연속 뽑기로 수급하는 경우 플레이어가 아직 마음속으로 정해둔 재화를 모두 소진하지 않아 한창 몰입 중일 수도 있는 노릇이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성취를 이루어냈을 때, 일련의 행동이 끝나 더 이상 번거로움이 없다면 (종료 시는 피크 엔드의 법칙 상 또 다른 포인트에 해당하는 만큼) 리뷰 요청 창을 보여주는 게 어떨까 싶다.
내용 면에서는 '응원해 주시면'처럼 무조건적인 긍정을 바라선 아니 될 것이며 서비스에 관한 내용을 가감 없이 수용하는 태도를 취해야겠다.
여담으로 과거에는 대놓고 별점 5점을 달라, 리뷰에 참여하면 재화를 주겠다는 게임도 있었다. 지금은 마켓에서 평점 강요나 대가 지급을 정책으로 금지했기에 찾아볼 수 없지만, 사람들은 늘 편법을 고안해낸다!
그 방법이 무엇인고 하니 우선 앱을 잘 사용하고 있느냐는 팝업을 띄우는 것. 사용자가 그렇다고 대답하면 서비스에 호감을 보이고 있다 판단, 마켓으로 연결된다. 만약 사용자가 앱을 원활하게 이용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하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느냐는 화면이 나타난다. 사용자는 해당 화면을 통해 버그를 제보하거나 불만을 토로할 수 있다.
호의를 지닌 사용자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고 불만족한 사용자의 건의까지 들을 수 있는 데다 정책의 울타리에서도 벗어나지 않으니 참으로 영리한 방식이다. 도덕적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
7. 심미적 사용성 효과
- 보기 좋은 디자인은 사람의 뇌에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켜 제품, 서비스의 사용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디자인은 사용성 문제를 가리고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8. 폰 레스토프 효과
- 중요한 정보, 핵심 동작은 눈에 띄어야 한다.
- 시각적 요소를 강조할 때에는 제한을 두어서 요소 간 경쟁을 피하고 가장 중요한 항목이 광고로 오인되지 않도록 하라.
- 특정 요소를 강조할 때, 색상에만 의존하면 색맹이나 저시력인 사용자가 배제된다는 사실을 유념하라.
다가오는 01월 13일(수) 론칭 예정인 아일랜드M의 예약 페이지는 위에서 살펴보았던 그랑사가의 예시와 사뭇 다르다.
아직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게임에 관한 플레이어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출시일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새로운 게임을 경험해본다는 짜릿함, 선점을 통한 약진 등의 메리트가 있기 때문. 그런데 아일랜드M의 경우 예약 페이지에서 출시일을 확인할 수 없다. 예약 페이지 좌측 상단의 커피잔 모양의 버튼을 누른 뒤, 네이버에 로그인하여 해당 카페에 가입하고 공지 사항을 들여다보아야만 출시일을 체크할 수 있다. 즉, 동선이 매우 길고 복잡하다.
게다가 타이틀, 말풍선, 영상 재생 버튼, 사전 예약 버튼, 기타 메뉴가 모두 한 개성 해서 어느 부분부터 살펴봐야 할지 좀처럼 감을 잡기 어렵다. 메뉴 수도 8종으로 다소 많은 편이다.
예약 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이벤트는 '행운 룰렛 이벤트', '최애캐 투표', '카카오 사전예약 이벤트' 총 3종으로 그랑사가가 개최하고 있는 이벤트의 수와 같다. 하지만 그랑사가는 이벤트 메뉴에 마우스 오버만 하여도 어떤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데 반해 아일랜드M은 직접 이벤트 섹션에 접근하여 마우스 휠을 조작해야 구체적인 사항을 열람할 수 있다. 준비한 내용은 풍성하지만, 이를 한눈에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느낌.
9. 테슬러의 법칙
- 모든 프로세스에는 디자인 시 처리할 수 없는 복잡성이 존재하므로 시스템, 사용자 중 한쪽이 감당해야 한다.
- 내재된 복잡성을 디자인, 개발 과정에서 처리하면 사용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 인터페이스를 추상적인 수준까지 단순화하면 안 된다.
10. 도허티 임계
- 사용자의 주의가 분산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생산성을 향상하려면 시스템 피드백이 0.4초 이내에 제공되어야 한다.
- 진행 표시줄, 애니메이션은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동안 사람을 관대하게 하고 시선을 끈다.
- 설사 실제 작업이 훨씬 빨리 완료되더라도 의도적으로 작업 완료 시간을 늦게 알리면 체감 가치를 높이고 신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번 서평은 여기까지!
근시일 내에 웹, 배너 기획에도 관여할 예정인데 그때 앞서 살펴본 법칙들을 조금이라고 활용할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