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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잡담] 포켓몬스터 바이올렛, 성장에 관한 고민

by PARK JAE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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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1회차 플레이를 마치지 않은 분께서는 뒤로 가기 하시길 권해드려요! 🚨

 

오늘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 중 바이올렛을 클리어했다. 총 40시간 정도 플레이한 것 같다.

 

플레이 타임 인증부터!

플레이 초반에는 리뷰하고 싶은 내용이 정~말 많았다. 게임이 전작인 소드·실드에 비해 눈에 띄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다.[각주:1]
예를 들어 2013년 출시된 X·Y는 시리즈 최초로 플레이어가 캐릭터의 헤어스타일, 헤어 컬러, 피부 톤, 홍채 색상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어 호평받았다. 게다가 그전엔 포켓몬 콘테스트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만 의상을 교체할 수 있었던 반면, X·Y는 언제나 다채롭고 매력적인 옷과 소품을 마음껏 조합해 입고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센세이셔널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외형 상 다양성이 게임에 무리를 주었기 때문인지 이후 2019년작 소드·실드까지 정해진 스타일 중 하나를 골라 플레이하는 식으로 간소화되어 아쉬움을 샀는데 스칼렛·바이올렛이 충격적일 만큼 업그레이드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선보인 것.

 

눈썹 모양, 립 컬러까지 고를 수 있다 👍

뿐만 아니라, 게임 곳곳에서 플레이어를 배려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예컨대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배틀은 턴제로 이루어진다. 강력한 NPC, 다른 플레이어와의 수싸움은 포켓몬스터 시리즈만의 묘미다. 그러나 스토리를 클리어하기 위한 레벨 업도 배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당히 지루한 데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어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이에 스칼렛·바이올렛은 '레츠고'라는 이름의 자동 전투를 도입했다. 선두 포켓몬을 필드에 내보내 야생 포켓몬과 알아서 싸우게 한 것. 게다가 비슷한 포켓몬끼리 무리 지어 있게 해 레벨 업 중 상성 맞추기가 수월했고 "포켓몬도 제게 맞는 곳에서 군락을 이뤄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식으로 게임 속 생태계가 한결 설득력 있어진 듯 했다.[각주:2]
더불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여러 종류의 상처약이 회복에 필요한 만큼 알아서 사용되게 해 육성 중 느끼는 피로가 매우 줄어들었다.

 

드래런치가 드라꼰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부유 중인 모습. 페어리 타입 포켓몬으로 레츠고하면 상대하기 수월하다.

그래서 스칼렛·바이올렛을 칭찬하고자 글을 쓰고 있느냐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게임에 탄복한 나머지 구성 요소를 조목조목 뜯어보며 기록하고 싶었다면 Pokémon LEGENDS 아르세우스의 여정을 마쳤을 때처럼 🔗구체적인 리뷰를 남겼을 테니까.

플레이 초기, 나는 선배님께 한껏 격양된 상태로 스칼렛·바이올렛이 보여준 다양한 개선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꼭 플레이해보시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선배님은 시큰둥하게 대답하셨다. "다른 게임에선 너무 당연한 거잖아요."라고.
순간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섬세한 커스터마이징시스템은 무려 5년 전 출시된 <검은사막 모바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나라카 : 블레이드 포인트>는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그 이미지에 맞춰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해주기까지 한다. 자동 회복, 자동 사냥이야 '방치형 게임'이라는 장르가 등장했을 만큼 없는 게임이 드물다.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검은사막 모바일>의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나라카 : 블레이드 포인트>가 선보인 스마트 얼굴 커스텀.

포켓몬스터는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IP이자 전 세계 게이머와 30년 가까이 함께한 시리즈다. 스칼렛·바이올렛은 그 전설을 이어가는 새로운 세대임과 동시에 2022년 출시된 신작이다. 따라서 전작을 기준으로 진일보해야 하는 게 맞지만, 비슷한 시기 공개된 다른 타이틀에 비해서도 경쟁력 있어야 한다. 앞서 나열한 것들만 하더라도 전자는 충족된 듯하다. 문제는 후자.
그렇다면 나는 왜 이토록 중대한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는가? 포켓몬스터를 좋아하다 못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설령 어린 시절부터 같이 자라온 친구 같은 게임, 미친 듯 몰두 중인 게임, 직접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이라 해도 업계에 몸 담고 있는 이상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함을 잊지 말아야지.
또 하나. 늘 하는 소리지만, 가능한 여러 작품을 부지런히 접해야겠다. 상대 평가, 개선점 도출은 비교하고 참고할 거리가 머릿속에 있어야 하니까.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포켓몬스터의 팬으로서 스칼렛·바이올렛은 40시간이 아깝지 않은 게임이다. 위에서 미처 다 말하지 못했으나, 감탄을 자아낸 부분이 꽤 있다. 이야기가 세 갈래로 쪼개졌다 하나로 귀결되는 신선한 흐름, 전략적 재미를 더하는 테라스탈 시스템, 입체적이고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 모션 캡처를 기반으로 한 주요 인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수집욕을 자극하고 탐험을 독려하는 도감 구성,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과 뛰어난 로컬라이제이션 등.
그렇지만 냉정한 시선에서 업그레이드 되어야 할 부분 역시 많다. 각종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버그 및 프레임 드랍, 같은 해 출시된 <엘든 링>이나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등과 나란히 두면 가슴이 옹졸해지는……😶 비주얼, 오픈 월드 RPG라는 장르가 무색해지는 레벨 스케일링의 부재, 기타 앞서 살펴본 경쟁작 대비 구시대적 피처가 대표적이다.

 

흑막을 예측하는 건 시시할 만큼 쉬웠지만, 최종 전투 연출은 소름 돋을 정도로 좋았다. 외관의 완성도가 더 높았더라면 훨씬 강한 전율이 흘렀을 텐데 😢 (좌측) 부족한 표현력을 플랫폼, 스타일 상 한계로 치부하기엔 작년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된 카툰 랜더링 게임 <파이어 엠블렘 무쌍 풍화설월>에 비해서도 아쉬운 점이 많다. (우측)


시리즈가 개선 그 이상의 혁신을 보여줄 때까지 나도 더 쓸만한 안목과 깊이 있는 통찰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또 성장은 어제의 나는 물론, 경쟁자와 비교했을 때도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교훈도 오래 간직해야지.

 

어느새 정들어버린 나의 보물, 친구들과 함께 마무리 👏

 


 

  1. 세계관이나 지향점이 이전 시리즈와 많이 다른 실험적 성격의 Pokémon LEGENDS 아르세우스, 본가에서 제작하지 않은 브릴리언트 다이아몬드·샤이닝 펄은 논외로 한다. [본문으로]
  2. 물타입 포켓몬 고라파덕, 고라파덕의 진화형인 골덕이 호숫가에 모여있는 식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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